[한경에세이] 기업인 天下之大本 .. 姜權錫 <중소기업은행장>

姜權錫 < 중소기업은행장 kskang1@kiupbank.co.kr >

하반기 경제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우리경제가 상반기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GDP 성장률이 4.4%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은 그보다 더 비관적(悲觀的)인 것 같다.특히 내년에는 자동차 반도체 등의 재고누적이 생산감소와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경기(景氣)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조업 체감경기전망지수가 석 달 연속 하락한 것도 이런 비관적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투자부진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4%대로 떨어뜨린 주범인 것을 고려할 때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진한 투자가 비단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경제의 총투자율과 총저축률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88년 40.4%를 기록한 총저축률은 94년 36.3%로 떨어진 이후 작년에는 33.0%를 기록했으며 총투자율 역시 91년 39.7%에 달하던 것이 94년 36.9%에 이어 지난해에는 30.2%로 주저앉았다.

특히 98년부터는 총투자율이 총저축률을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성장의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가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율이 장기간에 걸쳐 떨어진 데에는 고임금과 노사분규, 내수부진과 중국의 저가공세 등 다양한 변수들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기업인들의 사기저하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지적해야겠다.

얼마 전 실시된 한 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인 10명 가운데 7명이 국민의 반(反)기업정서를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격려는 고사하고 반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투자를 주문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가 아닐까?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국가를 경영했다.이제 기업인천하지대본(企業人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체할 때이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기업이야말로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며 개인의 꿈을 이루어가는 터전이자 국부창출의 핵심주체이기 때문이다.

겉도는 구호나 홍보용 슬로건으로서가 아니라 정책입안과 국정운영의 근간으로서의 기업인천하지대본이어야 한다.우선 황무지 같은 우리경제에 개발의 씨를 뿌리고 경제발전의 기초를 다져온 성장 1세대들의 땀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다음 세대가 기업을 이어 성장발전의 선순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제 등 각종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기업인들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