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중국 부동산의 외자광풍

한국의 간판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 관계자들의 베이징행 발걸음이 잦아졌다.

좋은 빌딩을 고르기 위해서다.미래에셋이 수개월 간의 조사 끝에 점찍은 건물은 베이징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순환도로 사이에 세워지고 있는 오피스 건물로 공정이 70% 정도 끝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래에셋은 상하이 중심가에도 비슷한 규모의 건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회사로선 필요한 투자겠지만 문제는 이런 기업과는 달리 정책리스크를 최소화할 능력이 없는 개인들까지 덩달아 위험한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모씨가 상하이 황푸강변의 전망좋은 아파트를 매입한 건 2004년 10월.현지에 거주하는 친구가 부동산투자로 재미봤다는 얘기를 듣고 그가 추천한 64평 규모의 아파트를 덥석 샀다.

㎡당 3만위안(약 360만원) 에 매입한 아파트는 현재 2만6000위안으로 내려왔다.

작년 상반기에 잇따라 나온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이 상하이 부동산의 거품을 뺀 탓이다.임대도 안돼 반년간 놀려야 했다.

지금은 임대료로 월 3000달러를 받고 있지만 중국 은행에서 빌린 돈의 원리금을 갚기에도 모자라 매달 5000위안은 자기 주머니에서 나간다고 한다.

상하이부동산랜드의 김형술 사장은 김씨가 매입한 아파트는 임대료도 인근지역에 비해 낮은데다 임대도 잘 되지 않는 곳인데도 지인의 말만 믿고 투자한 게 패착이라고 지적했다.매매 차익을 노렸다가 낭패본 경우도 있다.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에 있는 보성원의 아파트를 2년 전 ㎡당 5700위안에 구입한 송모씨는 주재원 생활을 마친 올초 매물로 내놓았으나 쉽게 팔리지 않았다.

한국과는 달리 신규주택 분양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탓이다.

6개월간 비워둔 상태에서 1개월 전 겨우 팔았다.

매도가격은 ㎡당 6700위안.외견상 남는 장사지만 중국 당국의 부동산 양도세 강화로 세금 부담이 커 실제로는 손해를 봤다고 한다.

북경우평투자컨설팅의 이운학 사장은 "중국 당국이 고급주택(90㎡ 이상) 매각에 물리는 각종 세금부담이 실질적으로 판매가의 20%에 달한다"며 "20% 이상 가격이 올라야 매매차익을 남길 수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얘기한다.

더욱이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투자는 환치기를 이용한 불법 투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해외 부동산투자 규제가 완화됐지만 편리함 때문에 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향후 외국인 부동산투자 실명제를 도입하고 세금추징을 하는 과정에서 자금원이 드러날 경우 자칫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밀한 조사와 합법적인 경로를 무시하는 묻지마식 중국 부동산 투자에 경계령이 울려퍼진 것은 벌써 오래전이다.

한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기우는 듯하자 그런 경계령을 외면하려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18일자 경제참고보는 이들에게 또한번의 경계령을 발동했다. '지금 중국 부동산에 외자 광풍 (狂風)이 불고 있다'고.

오광진 베이징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