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강국' 팔 걷었다

중국이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해외 반도체 회사 유치를 촉진하고 도산 위기에 몰린 자국 반도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한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 중이라고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올해 말 시행될 예정인 이 정책은 외국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세제 혜택 축소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선 과감한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주도해온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세제혜택 쏟아진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의 리커 주임은 "새 정책은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이익을 내기 시작하는 해부터 5년간 법인세를 전액 면제받고,그 후에도 5년 동안은 세금의 50%를 감면받는 내용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진출 외국기업이 누리고 있는 '2년 법인세 면제 3년 절반 감면'보다 훨씬 큰 세제 혜택이라며 하이닉스 인텔 AMD 등 중국에 진출한 외국 반도체업체들도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반도체 정책안에는 반도체 기술을 끌어올리기위해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비롯해 연구개발에 대한 융자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중국 반도체업체의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5억위안을 조성했다.

반도체 설계를 지원할 특별펀드도 만들고 수입 반도체장비에 대해 세금 감면을 실시하는 방안도 들어가 있다.반도체 설계펀드는 첫해 1200만~2500만달러로 시작해 규모를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중국증권보가 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은 2010년까지 반도체산업에 2000억위안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산 위기 업계 살린다

이번 정책은 중국 반도체 업계의 회생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회사들이 뛰어들어 거품이 터지기 직전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니자오밍 중국시장 전문가는 최근 세미콘 웨스트 반도체 박람회(SEMICONWEST)에서 "자금과 생산 경험 부족 및 사업 파트너와의 협력 실패 등으로 수년 내에 중국 반도체 업체 중 절반 이상, 심하면 60%까지 사업에 실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창저우나커마이크로전자는 인텔로부터 기술과 생산설비를 지원받기로 하고 2004년 12월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했지만 첫 제품을 생산하기도 전에 자금 부족으로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했다.

대만 롄뎬의 리캉즈 부사장이 출자해 설립된 닝보중닝마이크로전자도 지난해 9월 청산절차를 밟았다.

총 6억달러를 투자해 베이징시 린허공업지역에 설립된 푸캉궈지 역시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톈진에 건설할 예정이었던 8인치 반도체 생산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이번 지원책이 실행될 경우 자국 반도체 업계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