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악순환' 정부가 끊어라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했던 민주노총 소속 포항지역 전문건설사 노조가 21일 새벽 농성을 풀었지만 '포스코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법·탈법이 횡행하는 노사협상 관행과 정부의 무원칙,여기에 공권력의 무력증이 지속되는 한 언제든 '제2의 포스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우려다.같은 기간 현대자동차 노조도 회사의 어려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기 파업에 들어가 회사뿐만 아니라 수천여개의 중소 협력업체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매번 불법 파업이 끝나면 극히 일부 관련자에 대해서만 형사상 책임을 물을 뿐,그에 따른 피해는 노동계가 아닌 시민과 기업의 몫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 포스코 본사에 들이닥친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협상 상대인 전문건설협회는 제쳐놓고 엉뚱하게도 발주처인 포스코를 불법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농성 기간 중 2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포스코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본사 점거를 주도한 노조원들은 자신의 행동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랬을 것"이라며 "포스코는 이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포스코 홀로 강경 대응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서 불법 파업의 악순환이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전문가들은 우선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정부가 노사관계에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무원칙 대응과 처리로 일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포스코 점거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던 지난 18일 나온 관계장관 담화문의 내용은 "자진 해산하면 정부가 교섭을 주선하겠다"는 것이었다.

파업도 아니고,남의 회사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노조원들에 대해 타협 중재역을 맡겠다는 정부 담화문은 수많은 기업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포스코사태의 경우 정부가 노사 당사자만의 문제로 안이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지역의 치안문제로까지 비화했다"며 "대화와 타협도 중요하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기아차처럼 만성적인 파업에 시달리는 기업의 경우 차제에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노사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승길 산업연구원 박사는 "파업이 끝난 뒤 시간외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 인상 등을 통해 무노동ㆍ무임금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회사가 확실한 방침을 세우고 이를 사회적으로 '보호'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법 파업이나 노조 상급단체의 '기획성 파업'으로 협력업체나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이를 보상케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총 35건 중 66%인 23건이 사용자와의 교섭 없이 민주노총 등의 지시로 이뤄진 파업이었다.

당하는 기업으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불법 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노조를 상대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야 우리나라가 '파업공화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하인식·조일훈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