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점거' 조직 사실상 와해

포스코 본사를 8일째 불법 점거 중인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대부분 이탈해 건설노조 조직이 사실상 무너졌다.

그러나 일부 노조 간부들이 집행부의 사법처리 면죄부를 요청하며 농성을 풀지 않고 막판 버티기를 하고 있다.건설노조 집행부가 20일 오후 7시30분께 경찰에 자진 해산 의사를 전달하고 해산 시기와 방법을 놓고 협상에 들어가자 노조원들이 30~50명씩 무리를 지어 농성장을 빠져나갔다.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이 해산하더라도 집행부는 사법처리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에 반발해 '자진 해산'을 철회했으나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결정을 전면 거부한 것이다.

이에 앞서 경찰은 노조 측과 협상을 하면서 노조 집행부 18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노조가 즉각 협상을 중단하고 경찰과 또다시 대치했다.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노조원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사법처리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가 바리케이드를 자진해서 제거했다가 다시 쌓으며 경찰을 압박하기도 했다.

류상렬 경북경찰청 공보관은 이날 오후 9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 측은 자진 해산할 경우 집행부를 포함한 노조원 전원이 사법처리를 받지않도록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집행부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이와 관련,경찰 측 한 고위관계자는 "노조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농성 중인 노조원이 급격하게 줄고 있어 자진 해산한 것과 같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선협상 후해산' 방침을 고집해 온 건설노조가 자진 해산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공권력 투입에 미온적이었던 경찰이 최후통첩을 다시 보내는 등 초강경 태세로 급선회하면서 노조 내부에 강·온파 간 대립과 갈등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또 시민과 지역경제계가 불법 점거를 비난하자 노조가 더이상 설 곳을 잃어버렸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더욱이 청와대와 노동부가 강제진압 방침을 거듭 강조한데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과 폭력에는 타협할 수 없다"고 밝히자 노조원들도 더이상 버텨야 이로울 것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는 건설노조의 불법점거 사태로 8일 동안 행정업무가 전면 마비돼 100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하인식·이태훈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