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본 '한.미FTA 반대'] 노골적 이념공세‥反美운동으로 몰고가나

'미국계 초국적 자본과 내국 독점 자본이 노동자 민중을 착취 수탈하기 위한 전면 공격이다.'

'전쟁 상시화 등을 동반하는 미국 독점 자본의 가장 반동적인 공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최근 발간한 '한·미FTA 국민보고서' 책자에서 한·미 FTA를 '미국의 한국 경제 수탈을 위한 전면 공격'으로 규정하고 반미(反美) 운동을 위한 이념 공세를 노골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범국본 정책기획연구단(단장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소속 좌파 학자들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 등 27명이 공동 집필한 726쪽 분량의 이 책은 이달 초 발간돼 시중 서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범국본은 이 책에서 한·미 FTA와 주한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을 연관시켜 "미 제국주의는 각 대륙의 군사정치적 요충지에 FTA를 체결하면서 정치군사적 동맹(예속) 체제 강화와 경제 동맹(예속)을 결합시킴으로써 경제·정치·군사적 패권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같은 주장에 대해 주류 정치·경제학자들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일부 좌파 세력이 한·미 FTA를 반미운동 확산의 계기로 악용하려는 시도인 만큼 매우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미 제국의 공화국 주권 침탈 시도'

범국본은 '국민 보고서'에서 '한·미 FTA는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총론을 쓴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FTA 체결은 미 제국으로의 실질적 합병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제적·문화적·정치적 주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한·미 FTA는) 탈미(脫美)와 신자유주의 반대의 길로 나아가는 새로운 흐름에 대한 친미 보수세력의 최후의 반격이고 미국 독점 자본의 새로운 반동적 공세,그것도 '전쟁의 상시화' 등을 동반하는 가장 반동적인 공세"라고 규정했다.

최형익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한·미 FTA 체결 시도는 경제위기론과 3당 합당,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통한 정리 해고 등 노동자 민중의 사회적 권리의 해체 시도에 이어 자본의 영지(領地)를 재탈환하고자 하는 반혁명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썼다.철저히 반미·민중혁명론적 시각에서 한·미 FTA를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범국본은 한·미 FTA를 미국의 동북아 군사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FTA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한 것은 한국군을 아시아 전체를 겨냥하는 주한 미군의 하위 동맹군으로 확고하게 편입시키고 주한 미군 기지를 '중국 포위'와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을 위한 전초 기지로 만든다"는 주장을 폈다.


○'평택 투쟁과 공동 전선 펴야'

한·미 FTA를 미국의 동북아 침략 전략으로 규정한 범국본은 저지 운동이 반미·민중 항쟁이란 점을 분명히했다.

실제 '국민 보고서'는 한·미 FTA 저지운동을 "탈미를 위한 투쟁으로,신자유주의적 개방과 개혁을 저지하고 (중략)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투쟁"(김세균 교수) 또는 "민족과 반미를 횡단해 제국통치령에 맞서 공화국 민주주의와 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노동자 농민을 위시한 민중의 민주주의적 항쟁"(최형익 교수)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 교수는 한국이란 말 대신 '공화국'이란 표현을 쓴 데 대해 "한국의 국가가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노동자 민중에게 대단히 미흡할 뿐 아니라 이후 새롭게 구성될 국가 역시 한국이라는 국적성보다는 우리가 새롭게 도달해야 할 정치적 목표를 적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화국 개념을 차용했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또 한·미 FTA 반대를 미군기지 평택이전 반대와 동일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성인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평택 투쟁은 한·미 FTA 저지 투쟁과 같은 지점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공동의 투쟁전선"이라며 "남한 민중뿐 아니라 북한의 민중 모두를 살리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FTA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란 '황당한' 논리도 나왔다.배 교수는 "한·미 FTA 체결이 한·미동맹 공고화로 이어지고,그것이 다시 중국의 소외 현상과 북한의 반발을 야기할 것"이라며 "결국 한·미 FTA 체결을 통한 군사 안보의 거래는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없음은 물론 한반도를 군사적 위협으로 내모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