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왕의 남자 주먹특강 '플라이 대디'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한국영화 '플라이 대디'(감독 최종태)의 컨셉트는 독특하다.

소심한 샐러리맨이 딸을 폭행한 권투선수를 혼내주기 위해 19세의 싸움고수에게 특훈을 받고 영웅으로 거듭난다.일반적인 스승과 제자의 연령이 뒤바뀐 점도 재미있지만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배우들이 주역을 맡아 더욱 관심을 끈다.

샐러리맨 장가필역은 개성파 배우 이문식,싸움고수 고승석역은 '왕의 남자'로 스타가 된 이준기다.

이문식과 이준기의 앙상블 연기는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이들은 그동안의 약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면서 관객들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다.

이준기는 이 영화에서 여성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지워냈다.

얼굴의 굵은 상처,서늘한 눈빛,뛰어난 태권도 실력의 액션연기로 내면의 남성성을 보여줬다.그는 도입부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읽는 모습의 '반역을 꿈꾸는 낭만주의자'로 등장해 마지막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며 '강한 남자'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문식도 권위를 되찾는 가장 장가필역의 사회 주류세력으로 돌아왔다.

그는 '범죄의 재구성''마파도''공필두' 등 대표작들에서 양아치 똘마니 무능 부패형사 등 사회 주변인역을 맴돌았다.극중에서 이준기는 스승으로서 하대하고,이문식은 어린 스승에게 존대말로 예우를 갖춘다.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 평상시의 반말로 돌아가면서 어색한 사제관계는 오히려 자연스러워지고 예기치 못한 유머까지 선사한다.

이문식의 훈련과정은 요즘 불고 있는 '몸짱 열풍'을 잘 반영한다.

배불뚝이 중년가장은 영화가 끝날 무렵 탄탄한 근육질 몸매로 다듬어진다.

그는 실제로 15kg을 찌웠다 뺐다고 한다.

극중에서 동전이 가득 든 조끼를 입고 남산을 뛰어 오르고,아내가 고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차려준 결과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에 그치지 않고 '실추된 가장의 권위 회복'이란 플롯으로 호소력을 발휘한다.

가필은 성실하지만 무기력한 우리네 가장의 현주소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그는 가장의 책무감으로 온몸을 던져 무모하기 짝이 없는 시험에 도전한다.

할리우드영화 '신데렐라맨'의 늙은 복서처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절박감을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는다.

그래서 양복 차림으로 링에 오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또다른 하이라이트다.

8월3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