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부총리 거취' 놓고 당청갈등 악화

논문 표절 논란으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

여당은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는 '사퇴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당청갈등이 심화돼 결별 등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여당은 일단 압박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지만 민심추이 여하에 따라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청 마이웨이로 가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31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들은 교육부 수장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김 부총리의 해명내용은) 지난 관행에 비춰볼 때 타당성 있는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시대,새로운 관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우상호 대변인은 "김 의장이 지난 28일 김 부총리에게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어느 한계점을 넘어서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오늘 발언을 해석해 달라"고 설명해 김 의장의 발언이 사퇴요구임을 분명히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김 부총리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광원 의원은 이날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누군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왕의 남자가 그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김 부총리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정면대결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직접적인 공격을 피한 채 우회적 압박에 그치고 있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청와대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퇴로를 열어놓지 않고 청와대를 공격할 경우 자칫 당청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배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갈라서도 지금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는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사퇴할 사안이 아니라는 청와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가 분수령

국회는 1일 교육위원회를 열어 김 부총리에 대한 사실상의 청문회를 실시한다.

교육위 개최는 정치권과 청와대 간 갈등이 양자 간 직접 대결로 치닫지 않게 하는 '우회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혹'만으로는 분명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청와대에 명확한 '사실적 근거'를 제공할 수도 있고,거꾸로 김 부총리의 '버티기'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이번 교육위에서는 여당 의원들도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예정이어서 여느 인사청문회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