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정위의 '反기업 캠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0일 대기업들의 소유-지배구조를 발표했다.

총수 일가가 불과 9.2%의 지분으로 39.7%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어 소유-지배 괴리도가 심하다는 것이 골자였다.공정위는 1년 전과 비교해 대기업들이 경영구조를 개선(?)하는데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그렇다면 2년째 이런 내용을 접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반응은 어떨까.

"처음 발표된 지난해는 좀 당혹스러웠는데,올해는 오히려 불쾌한 마음이 앞선다"는 반응이다.이유는 공정위가 (공식 발표문안에는 없지만) '왜곡''가공자본''고객자산 활용'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가며 대기업 총수와 기업집단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우선 "총수 일가가 계열사들의 순환출자나 고객의 금융자산을 이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공정위의 설명은 기업 총수들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술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각하게 '왜곡'돼 있는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 역시 전형적인 '반기업 캠페인'이라고 재계는 비판한다.4대그룹의 한 임원은 "공정위의 주장대로라면 '재벌은 말로 해서는 안될 집단'이 돼버린다"고 혀를 찼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공정위가 주장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과연 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총수는 그만큼의 영향력만 행사하라는 것인지,그 결과로 지금 유지하고 있는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것인지,그도 아니면 그룹을 해체하라는 것인지 정책의 최종 목표를 도저히 알지 못하겠다는 것이다.이건희 삼성 회장은 외환위기 시절 개인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글로벌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현대자동차를 앞세워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이들이 요즘처럼 '의결권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식의 비판을 들을 줄 알았더라면 과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을까.

조일훈 산업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