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 캔 26년 한우물 김홍렬 동아정밀공업 대표

"개발자금을 대느라 골프·콘도 회원권까지 다 팔아치웠습니다."

최근 '단공정 페트 캔 블로우 머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동아정밀공업의 김홍렬 대표(60)는 "실패하면 직원들과 함께 길거리로 나앉겠다는 각오로 기계 개발에 매달렸다"며 이렇게 말했다.페트 캔은 한마디로 알루미늄 캡을 씌운 캔 타입의 페트용기를 말한다.

내용물이 투명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일명 '누드 캔'으로 불리기도 한다.

납땜을 하거나 내부를 코팅할 필요가 없어 인체에 무해한 데다 보관 기간도 스틸 캔보다 길어 최근 음료업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김 대표가 개발한 페트 캔 블로우 머신은 바로 이 페트 캔을 단 한 차례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계다.

그는 "기존 외국산 페트 캔 생산설비는 일단 원하는 모양보다 크게 페트용기를 만든 후 다시 캡을 씌울 수 있도록 투입구 주위를 잘라내는 두 차례의 공정이 필요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계는 한 번의 공정으로 끝나기 때문에 효율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기계를 개발하기 전에도 26년간을 오로지 페트병 금형 및 생산기계에만 매달려 왔다."자나 깨나 페트병 생각뿐"이라는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항상 무엇인가 그리다 만 A4용지가 수북히 쌓여 있다.

생각날 때마다 그려둔 설계도면들이다.

동아정밀이 페트병 금형 및 설비 분야의 국내 최고 기업으로 큰 것도 그의 이런 '한 우물 정신' 덕분이다.페트병 생산설비 중 핵심은 프리폼 머신과 블로우 머신이다.

프리폼 머신은 페트로 성형물을 만드는 기계이고 블로우 머신은 이 프리폼에 공기를 불어넣어 원하는 디자인의 페트병을 만드는 기계다.

동아정밀이 국산화하기 전에는 두 기계 모두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전량 들여왔다.

김 대표는 이들 설비를 국산화할 때 일본 산업시찰단에 참가해 눈동냥,귀동냥을 해가며 프리폼 및 페트병 금형을 만들었다.

그는 "한 겨울에 난로가 없어 곱은 손을 비벼가며 손바닥이 맨들맨들해질 정도로 조립과 분해를 헤아릴 수 없이 반복했다"고 회고했다.

이 회사는 페트 캔 블로우 머신의 양산으로 올해 수출 500만달러를 포함해 총 200억원의 매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032)672-7511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