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증폭속‥세계 CEO 경기전망 3년來 최악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전 세계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경기 전망이 3년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서는 등 세계 경제에도 주름살이 파일 조짐이다.

컨설팅업체인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2일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강세와 금리 인상,주택 시장 냉각 등으로 경기가 침체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물가가 두자릿수까지 치솟지는 않겠지만 소비자 물가가 서서히 오르면서 성장률이 떨어지고 그 여파로 주가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2.5%(전분기 대비 연율)로 1분기의 5.6%보다 크게 둔화된 반면 2분기 근원 소비자 물가는 2.9% 오르며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전문가들은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 억제에만 초점을 맞춰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경우 경기 침체가 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FRB는 1979년 인플레 퇴치를 위해 금리를 19%까지 올렸지만 실업률이 대공황 이후 최고로 치솟고 말았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에도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날 전 세계 주요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작성하는 기업신뢰지수가 지난 2분기 71에서 3분기 42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기업신뢰지수가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기업신뢰지수가 50을 넘으면 CEO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며 50 미만이면 그 반대다.지역별로는 미국의 CEO들이 향후 경기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3분기 미국의 기업신뢰지수는 39를 기록,2002년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유럽에서도 전분기 75였던 기업신뢰지수가 3분기에는 43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유가가 치솟고 중동 정세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1970년대와 달리 에너지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데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인플레 압력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다.골드만삭스의 로슨 이코노미스트도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M&A )과 자본 투자는 증가하고 있으며 중동 사태에 대해서도 CEO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