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재관 '부처칸막이' 없어졌다

산업자원부 K 서기관은 최근 4 대 1의 경쟁을 뚫고 EU(유럽연합) 대표부(벨기에 소재) 과학산업기술관으로 선발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자리는 당연히 산자부 몫이었다.따라서 내부 경합에서 '낙점'만 받으면 '임명'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 달라졌다.

K 서기관은 지난달 말 외교통상부가 주관한 재외공관 주재관 심사에서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 공무원 3명과 '시험'을 봤다.그는 하루종일 원어민이 테스트하는 어학능력은 물론 교수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선발위원들로부터 업무수행능력도 평가받았다.

공무원 사회에서 대사관 등 재외공관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해외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달 초 공개경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재관임용령이 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된 주재관 선발 결과 이른바 '부처 할당주의'가 일부 허물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동안 문화관광부 공무원이 독차지했던 뉴욕 총영사관 문화관에는 교육인적자원부 출신이 뽑혔다.

조달청 자리로 여겨졌던 시카고 총영사관 구매관에는 국무조정실 출신이 선정됐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경쟁시스템이 도입된 만큼 '특정 직위는 어느 부처 것'이라는 인식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OECD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국 공무원 중 상당수가 어학능력 부족 등으로 업무를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을 받은 뒤 국제기구 파견 대상자 심사도 매우 깐깐해졌다.

각 부처가 예산만 확보하면 '식구'를 보낼 수 있었던 관행도 깨지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오는 9월까지 임기가 끝나는 13개 국제기구의 24개 직위에 파견할 공무원을 공모한 결과 40명이 지원했다.

인사위는 이들을 상대로 외국인 교수 등 원어민 6명을 투입,영어 인터뷰와 영작문 실력을 30분씩 테스트했다.

2차 시험에선 근무경력과 직무성적계획서 등을 종합 평가했다.

인사위는 이런 과정을 거쳐 34명을 추려내 복수 추천했다.이 중 10명은 국제기구 결정에 따라 '불합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