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글로벌 R&D센터 '외화내빈'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 연구·개발(R&D)센터 유치 실적이 경제 파급효과 등의 질(質)적 측면에서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진출 글로벌 R&D센터 특성과 상호작용 분석'보고서에서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한 R&D센터 대부분은 국내 대기업에 공급되는 부품·소재와 관련된 것들이고 규모도 작다"며 "앞으로 집중 유치해야 할 대상은 기술혁신 역량을 보완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핵심연구소"라고 6일 진단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우리나라가 유치한 R&D센터는 총 898개로 중국(750개)을 웃돈다.

그러나 이처럼 괜찮은 양적 실적에 비해 질적 내용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진출업종과 국가분포 등을 고려해 76개 국내 진출 외국 R&D센터를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이들의 연구대상 품목은 부품(50%)과 소재(31.6%),산업용 완제품(10.5%) 등에 집중됐다.이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기계 산업 등에서 한국 대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관련 부품과 소재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60.5%는 연구원 수가 20명을 밑돌았고,해외 인력 비율이 2% 미만인 센터가 전체의 77.6%에 달했다.

더구나 기초연구의 비중이 10% 이하인 경우가 60%를 넘어 국내 진출 글로벌 R&D센터들이 대부분 연구보다는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 결과 특허등록 건수도 연평균 3건에 불과했고,68.4%는 최근 3년간 특허등록실적이 5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종별로 봐도 첨단 IT 업종의 비중은 30.3%로 중국(59.1%)에 크게 못 미쳤다.

우리나라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제약 업종 비중은 1.3%로 중국(11.7%)의 10분의1 수준에 그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