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을 찾는 사람들' … 그대이름은 CEO

"감성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선 먼저 CEO부터 문화를 즐길줄 알아야 합니다."(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

"펀(fun)경영,엔터테인먼트는 이제 기업 경영에서 필수 요소입니다. 경영 현장에도 '예술적 감성'이란 안목이 중요하다는 얘기지요."(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 21세기 디지털시대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엔터테인먼트를 기업 경영에 앞장서 접목하려는 CEO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은 고객 감동을 위해선 '감동'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패션과 영화,식도락 등 심미적 '놀이문화'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서 대표와 윤 부회장을 비롯 박윤수 패션아티스트협의회장 등은 최근 한양대 최고엔터테인먼트과정(executive entertainment program ; eep) 10기 졸업식에서 다시 만나 지난 6월2일 저녁 서울 남산의 이광희 부띠끄에서 있었던 eep의 이색패션쇼를 떠올렸다. 이날 패션쇼에선 원대연 삼성디자인스쿨원장(1기),김태옥 한국옵티그마 회장(4기) 등 선배들이 프로모델 뺨치는 워킹 실력을 과시하며 무대를 휘어잡았다.

탤런트 김수미씨(5기)와 박윤수 패션아티스트협의회 회장(10기)이 가세한 이 자리는 비록 아마추어지만 경영에 예술을 접목하려는 문화CEO들에겐 충분히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10기과정생 패션산업 수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날 패션쇼에는 두진문 한샘리빙클럽 회장과 변재용 한솔교육 대표,가수 진미령씨 등 수강생들과 이 과정을 거쳐간 선배들이 대거 참석했다.앞선 경영 안목으로 새로운 CEO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 중에는 이미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대표(1기),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신헌철 SK대표,박노빈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상 2기),서병기 현대자동차 사장(4기),강우현 남이섬 대표(8기),조영환 LG마이크론 대표(10기) 등이 과정을 마쳤다.

남중수 KT사장(7기)은 "오늘날의 CEO들은 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일 뿐 아니라 Chief Entertainment Officer(최고놀이꾼)가 돼야 한다"며 "CEO가 즐거움을 알아야 고객을 즐겁게 할 수 있으며 즐거움을 탐구하는데 이만한 과정도 없다"고 자랑한다.

남 사장은 10기 과정에서 '와이브로와 원더풀라이프'란 주제로 미디어 강연을 하기도 했다.기수별 모임 외에 함께 하는 다양한 취미활동도 이들의 문화지수를 높이는 요인이다.

골프클럽(회장 헤어디자이너 박준 피엔제이 대표ㆍ6기)은 모든 동문들에게 문호가 열려 있는 대표 모임.심재혁 인터컨티넨탈 대표(1기),이강복 CJ고문(1기),남중수 사장 등이 필드에서 친목을 다지고 있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은 영화모임 회원들이 만난다.

국내외 명화부터 최근 흥행작까지 엄선해 감상한다.

영화등급심사위원이자 영화평론가인 김시무씨가 감상할 영화를 추천하므로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회장인 이종엽 강북삼성병원 과장과 손대현 원장,마술사인 최병락 비즈매직 대표 등 영화마니아 15~20명이 어울린다.

여필동 서초로얄대표(6기)는 식도락 클럽을 이끌고 별미산책을 다닌다.박동호 CJ CGV 대표,박노빈 대표,탤런트 김미숙씨 등 20~30여명의 미식가들이 동행한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