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백태] (下) 허영마케팅 어디까지…초등학생까지 명품 신드롬 '전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짝퉁시장에서 한국 고객이 빠져나가면 절반은 문 닫을 걸요."

홍콩의 대표적인 '짝퉁시장'인 주룽(九龍)반도 템플스트리트.매일 오후 4시가 되면 장이 서는 이곳은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다.명품 '짝퉁' 등 다양한 품목들을 헐값에 살 수 있다.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이 이곳을 찾지만 상인들은 한국인이 매장에 들어서면 눈빛과 자세부터 달라진다.

한꺼번에 수십개의 짝퉁을 사가는 큰 손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한국인이 찜한 물건은 '히트상품'으로 뜬다는 공식이 성립돼 있어서다.이곳을 찾은 고모씨(47·서울 청담동)는 "서울 강남에서 유행하는 희귀 명품을 주문해서 사러 왔다"며 "한국인이 새로운 디자인을 주문했다는 소문이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점포에 새 상품이 깔릴 정도"라고 말했다.

◆해외명품,또다른 '신분증'

올 상반기 백화점 부문별 매출 성장률 순위에서 루이비통 등 수입 명품이 21.1%로 1위를 차지했다는 통계(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가 그 방증이다.해외명품 열풍의 진원지인 상류층 모임에선 해외명품이 또 하나의 '신분증'으로 자리잡았다는 말까지 나돈다.

유명 연예인이나 상류층 인사 등이 만나는 사교모임에선 새로운 유행코드가 만들어지고,이는 곧바로 명품 백화점이나 청담동 명품로드숍의 진열대 구성을 바꿀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다.

소수계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명품 소비는 곧바로 직장인 대학생 등의 '명품 마니아'들에게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어학 연수,배낭 여행,신혼 여행 등 해외 나들이 기회가 많아진 것도 명품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신라호텔 면세점의 외국인 비율은 2000년 90% 정도에서 50%로 줄어들었다.

그 자리를 해외에 여행가는 내국인이 채우고 있다.

여고생들이 'A급 짝퉁'을 사기 위해 계를 만든다는 얘기는 새로울 것도 없다.

심지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초등학생까지 한 개에 10만원이 넘는 루이비통 머리방울이나 헤어밴드를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명품 평등주의(?) 만연

중고 명품업소들도 성황을 누리고 있다.

중고 명품의 주요 수요계층은 10대와 20대 학생들.관련 업소들이 방학과 졸업·입학시즌인 매년 7~8월,12~2월에 평소보다 두세 배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중고업소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청담동과 압구정동,이대입구 등에 몰려 있었으나 최근 수요층이 넓어지면서 서울 대부분 지역과 부산 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인터넷에도 전문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출시 연한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만 신품보다 30% 이상 싼 돈을 들이고 '명품족'이 될 수 있다는 게 중고명품업 시장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김동민·박동휘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