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거래소 '낙하산 인사' 논란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고 있는 거래소 상임감사 선임이 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결정 연기로 또 다시 보류됐다.

덕분에(?) 11일로 예정됐던 거래소 노조의 총파업은 다행히 비켜갈수 있었다.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주총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데 이어 이번에도 "적정수의 후보를 추천받아 다시 정할 것"이라며 결정을 미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증시주변에서는 사실상 청와대가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환씨를 감사후보에서 배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김씨 자신은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누가 최종적으로 거래소 감사로 선임될지는 알수 없지만 이번 감사선임을 둘러싼 갈등은 여러가지 면에서 씁쓸함을 던져준다.

노조가 인사문제로 파업을 벌이는 것은 분명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더군다나 감사선임이라는 '내부 문제'로 한 나라의 자본시장을 파업의 '볼모'로 잡는 상황은 말이 안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에 집중되고 있다.

그만큼 '검증된 자질'보다 '정치적 보은'을 앞세워 특정인물을 밀어붙이려는 청와대의 시도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김영환씨의 개인적인 능력이 감사자리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다.청와대의 '제 사람 챙기기식' 인사 행태다.

김씨 자신은 무능력자로 '매도'되는 상황에 답답하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청와대의 지원없이 10년 회계사 경력만으로 거래소 감사후보 자격을 주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래소 감사 선임문제는 이미 '정치적인 이슈'가 돼 버렸다.

후보추천위원회의 중립성을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압력을 행사하려 한 청와대가 자초한 일이다.

증권사의 한 임원은 "국정에 신경쓸 일도 많을 텐데 거래소 감사자리까지 직접 챙기려 하니 청와대 사람들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할지…"라며 비꼬았다.

인사청탁에 반발하는 문광부 차관의 경질 등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인사청탁' 잡음에 국민들의 불신과 짜증이 높아지고 있다.'동북아 금융허브'를 향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에 거래소 감사선임을 놓고 지리한 소모전을 펼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