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정치문맹.과학문맹 .. 鄭聖哲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鄭聖哲 <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chungsc@stepi.re.kr >

얼마전 미국의 과학 관련 잡지에 나온 이야기이다."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위상(位相)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워싱턴 어디를 가도 과학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과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만 무성하다."

사실 워싱턴은 전쟁터나 다름이 없다.예산 확보는 물론 정치적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요즘은 과학을 둘러싼 쟁점이 많다.

'바이오 테러' '핵 확산 방지' '기후변화' '에너지' '줄기세포연구' '미사일' '에이즈' '조류독감' 등 모두 과학적 지식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그런 전쟁터에 과학을 아는 장수를 찾아보기 어렵고 그래서 전쟁의 결말이 우려스럽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두고 과학기술계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고도로 과학적인 정책이슈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워싱턴의 "과학 문맹"을 냉소한다.그러면서도 정작 워싱턴의 과학 문맹을 깨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의회에 진출하려는 과학자도 드물다.

의사결정은 의회를 차지한 변호사들에게 맡기고 불평만 하고 있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과학자들의 "정치 문맹"이 빚은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은 과학기술적 이해나 접근을 필요로 한다.

양극화의 근원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과학기술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과학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첨단 기술자와 비숙련 노동자 사이의 힘의 격차,소득의 격차는 불가피하다.

과학기술 없이 환경문제,보건문제 해결도 불가능하다. 과학기술적인 비전과 안목(眼目)이 없이는 올바른 산업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요즈음 우리 외교의 핵심 현안인 핵문제,미사일 문제 등도 과학기술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래도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과학기술 부총리제도 있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과학기술 보좌관제도도 있다.

과학기술 예산도 계속 늘어나고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기술의 역할이 '과학기술'에만 머물러 있다.

과학기술이 큰 틀의 정책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역할의 확대가 필요하다.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과학기술적 측면의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자의 '정치 문맹',정치가의 '과학 문맹'이 퇴치돼야 당면한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과학적 대응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