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잠재성장률의 敵들

盧富鎬 < 서강대 교수·경영학 >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인구감소와 노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얼마 후엔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란 규제완화,협력적 노사관계,조세 개혁 등의 변화를 통해 투자(投資)를 활성화시키면 올라갈 수도 있는 것이다.

정책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지금 세계 각국이 채택하는 경제정책은 영미식 자유주의 모델과 유럽식 사회주의 모델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영미식 자유주의 모델이란 민간 자율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규제완화,노동시장 유연성 등을 통해 기업활동을 촉진하는,성장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

유럽식 사회주의 모델은 많은 정부 개입과 조정,높은 복지,경직된 노동시장이란 특징을 갖는다.아일랜드가 유럽 최빈국에서 최부국으로 탈바꿈한 것은 영미식 자유주의 모델을 채택해 해고(解雇)를 쉽게 하고 임금인하를 단행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한편 법인세를 12.5%로 인하함으로써 많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자유주의 모델에 입각해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적고 노동 유연성,우수한 교육 시스템,강한 금융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고성장과 저실업의 견실한 경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공장을 폐쇄하고,저성장과 고실업으로 고전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GM의 최근 위기상황을 보고 미국의 제조업을 과소평가하는 것과는 달리 생산성에서는 다른 선진국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인 매년 5%씩 상승하고 있다.

그들의 제품이 지식집약적일 뿐만 아니라 도요타식 생산방식으로 재고 없는 효율적 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과 생산성 향상은 규제완화와 노동 유연성 같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조성된,기업 혁신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영미식 자유주의 모델로 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평준화,양극화,복지,균형 같은 말들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나머지 유럽식 사회주의 모델의 병폐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규제,과도한 복지가 그것으로,이런 것들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毁損)시키고 있다.

노동 유연성,교육의 수월성,금융경쟁력 등 미국의 강점이 한국경제에선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를 말해 준다.

유럽도 이제 영미식 자유주의 모델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식하고 자유화를 위한 용틀임을 하고 있다.

실패로 끝났지만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법,독일 메르켈 총리의 등장,최근 이탈리아 중도좌파 정권의 인상적인 몇 가지 규제완화 조치는 모두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유럽 노조도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노동시간 연장과 보너스 삭감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옆에 두고 중국이 우리의 기회가 될 것인가 위협이 될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론은 우리가 하기 나름인 것이다.

얼마 전 국제 학회에서 만난 한 외국 학자의 말을 빌리면 미국은 중국 인도를 기회로 생각하지만 유럽은 중국 인도를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핀란드는 강대국 러시아를 기회로 활용(活用)하고 있지만 비슷한 처지인 멕시코는 강대국 미국을 기회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럽식 사회주의 모델은 1968년 프랑스 5월 혁명을 계기로 출현했는데 동구 소련의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것처럼 유럽의 사회주의 실험도 실패로 끝났다.이제 우리는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성장이 곧 분배라는 통합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성장을 우선시하는 GE와 삼성전자에서 분배와 복지가 더 잘 이뤄지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