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마술…치명적 유혹..덕수궁 미술관 '롭스&뭉크' 판화전

"사랑하는 여인은 마돈나이면서 메두사다.

사랑스러우면서도 공포의 대상이다. 저항할 수 없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성들을 종속시키고 파괴할 정도의 치명적 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요염하고 성적인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자에게는 뭔가 수수께끼 같은 광기가 있다.

여자에게 빠지면 모든 남자가 무력해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벨기에 판화가면서 풍자 화가인 페리시앵 롭스(1833~1898)와 '절규'란 작품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 출신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는 이처럼 여자를 사랑과 죽음,공포의 대상인 '팜므파탈'로 봤다.

서울 덕수궁미술관이 '남자와 여자'라는 주제로 기획한 '롭스&뭉크 2인전'에는 두 남자 화가가 여자를 '악의꽃'으로 풍자한 판화작품 98점(롭스 61점ㆍ뭉크 37점)을 보여준다.

롭스와 뭉크는 각각 세기말 상징주의와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여성해방운동과 더불어 모더니즘에 대한 담론이 무성한 시기에 활동했다. 롭스가 풍자적인 화법으로 시대의 상황을 읽었다면 뭉크는 추상적인 언어로 자신의 고통을 표현했다.

이들은 여성의 치명적인 유혹을 악마적이고 두려운 존재로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롭스의 대표작 '창부정치가'는 창녀가 눈을 가린 채 성욕의 상징인 돼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장면을 통해 남자를 유혹해 지옥으로 빠트리는 악녀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꼭두각시를 든 부인'도 여성이 남자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파멸로 몰아가는 악마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나치가 독일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을 '퇴폐예술'로 낙인찍어 몰수하기도 했던 뭉크 역시 여자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이 화폭마다 배어있다.

그의 작품 '새의 프리즘'은 사랑이 불안을 잉태하고,불안은 다시 죽음을 낳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절규'는 오지 않았지만 그의 대표작인 '마돈나' 2점과 10대 소녀가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는 '사춘기' 등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벨기에 해운회사인 트랜스페트롤사가 운영하는 트랜스페트롤 재단이 14개 소장처의 작품을 모아 선보이고 있으며 서울 전시가 끝나면 노르웨이로 간다.

10월22일까지.

입장료 어른 4000원,학생 2000원. (02)2022-0612

김경갑 기자 kkk10@hq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