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혁신 우수기업] '마케팅 山' 넘어야 중소기업 성공한다

지난 6월 스와치는 3억3300만개의 시계를 생산해내고 축하잔치를 벌였다

여든살을 바라보는 하이에크 회장은 이 축하잔치에서 2033년엔 10억 번 째 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쓰러져가던 시계업체가 이처럼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마케팅에 목숨을 건 결과 스위스시계 업체인 스와치는 스내지(snazzy)라는 디자인을 2년에 한 번씩 한정 판매한다.

전세계 스와치 수집가들은 이 모델을 사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수십만명이 이 시계를 사기 위해 몰리지만 이 회사는 딱 4만개만 만들어 판다.때문에 운좋게 이 시계를 산 사람들은 더욱 스와치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 스와치는 첫 제품을 출시한 지 23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초기모델을 경매한다.

이 경매에서 100달러 이하짜리 제품이 6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스와치는 마케팅에 얼마나 갖가지 전략을 동원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스와치시계는 고가·고급 제품만을 고집하다 적자의 늪에 빠져버린 ASUAG와 SSIH를 합병해 설립한 업체다.

이 합병을 주도한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78)은 기존 스위스시계의 이미지를 완전히 혁신하는 마케팅 전략을 폈다.

캐주얼하고 부담없는 50달러 이하대의 시계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이미 이 시장엔 한국 홍콩 중국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하이에크 회장은 3개월에 한 번씩 신모델을 선보이는 과감한 전략을 폈다. 저가의 신제품이 쏟아져나오자 전세계 시계 소비자들은 "이제 스위스 시계도 갈데까지 다갔군"이라며 혀를 찼다.

스와치는 이 같은 일시적인 반응에 주저앉지 않고 케이스를 플라스틱으로 바꾸고 부품수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자동화방식으로 생산된 쿼츠모듈을 장착,제조원가를 이전보다 80%나 낮췄다.

낮은 제조원가 덕분에 생기는 수익을 마케팅 비용에 쏟아부었다.

밀라노의 비아몬테거리에 있는 스와치 매장에선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4자리 숫자를 불러 여권에 그 숫자가 있는 사람만 입장시키는 재미있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스와치는 중저가 시장도 공격했다. 스쿠버형을 내놓은데 이어 스킨형을 내놨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해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는 파파라치형 모델도 선보였다.

지난 6월 스와치는 3억3300만개의 시계를 생산해내고 축하잔치를 벌였다.

여든살을 바라보는 하이에크 회장은 이 축하잔치에서 2033년엔 10억번 째 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쓰러져가던 시계업체가 이처럼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기술과 제품에만 목숨을 걸던 회사가 마케팅에 목숨을 건 결과다.

이처럼 마케팅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됐다.

허범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세 가지의 산을 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가 '기술의 산'이고 두 번째가 '생산의 산'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산은 '마케팅의 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이 마지막 고비인 마케팅의 산을 넘지 못해 쓰러지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마케팅'이라는 높은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높은 산을 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을 우선적으로 펴야한다고 밝힌다.

그 첫 번째 전략은 시장 세분화다.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욕구는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각각 다르다.

이런 다양한 욕구를 하나의 기업이 모두 충족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하나의 시장을 비슷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을 연령 성별 직업 소득 기후 국적 등으로 구분해서 한 가지 시장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를 구분할 때는 개성 라이프스타일 태도 등 심리적인 기준으로도 분석하는 것이 좋다.

일본의 소니는 거대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이지만 고객을 6개 분야로 구분해 마케팅 전략을 펴왔다. 소니가 구분해놓은 고객의 유형은 △예술애호파(connoisseurs) △여행애호형(transcenders) △가정애호형(homelanders) △나홀로형(free agents) △형식타파형(code breakers) △전문가형(virtual professional) 등이다.

시장을 세분화한 뒤에는 표적고객과 표적시장을 선택해야 한다.

세분화한 시장 가운데 가장 경쟁우위 부문을 표적시장으로 선택하면 된다.

세 번째는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이란 표적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이미지를 불어넣어 주는 전략을 말한다.

인터넷서점하면 아마존이 떠오르고,청량음료하면 코카콜라가 떠오르고,최고급 승용차하면 벤츠가 떠오르듯 고객의 마음속에 이미지가 자리잡게 해줘야 한다.

포지셔닝을 잘하려면 제품을 차별화해야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서비스도 확실하게 차별화해야 한다.

특히 고객들이 제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고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 고객이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 해결방안을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것도 중요하다.이같이 △세분화 △표적화 △포지셔닝 등 세 가지 전략을 잘 전개해야 마케팅 혁신 우수기업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경제신문은 독특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최고의 이미지로 자리잡은 기업들을 선정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