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은 지금 '특별과외' … "과학 수사로 잡는다"

#1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한 세미나가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건주)의 연구 조직인 첨단범죄수사연구회가 마련한 것으로 '게임 머니 매매와 관련한 형사법적 고찰'이란 주제를 놓고 검사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이 자리에서 검사들은 게임 머니 매매와 아이템 거래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거래 및 성인PC방의 도박행위 단속에 나섰다.

#2 M&A(인수 및 합병),우회상장….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 소속 검사들은 경제신문과 증권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매일 샅샅이 살핀다.이들 단어를 중심으로 뉴스를 따라가다 보면 수사 단서가 잡힌다는 것이다.

금융증권법연구회에 검사 1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M&A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갖는가 하면 애널리스트나 전문 주식투자자 못지 않을 만큼 주식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검찰의 범죄 정보수집과 수사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모방송국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 나오는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식으로 범죄용의자를 윽박지르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범죄가 지능화되고 있는 데다 특히 경제범죄나 첨단기술 관련 범죄 수사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한다.검사들이 전문지식 쌓기에 나선 이유다.

이런 검찰의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흉악범,조폭,마약사범을 다루는 부서의 검사들이 수사 노하우를 과학화하고 공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강압적으로 범죄자를 수사하던 곳이라 더욱 신경쓰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강력사건 지식연구회' 창립세미나에 전국의 강력검사 50여명이 참여,인권수사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강력 범죄를 뿌리뽑는 기법 등을 논의했다.

박충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는 "지능화되는 강력 범죄에 맞서 수사기법을 과학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의도에서 모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조사부(부장검사 정윤기) 중심으로 전국 40여명의 검사들로 구성된 '조직범죄수사 동호회'는 조직범죄 수사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분기별로 범죄 관련 통계를 내고 분석하고 있다.

정윤기 부장검사는 "검사들 간의 정보 공유와 범죄 트랜드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지식재산권도 검사들의 관심분야다.

지식재산권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 주축으로 미국과 영국,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 등 선진국들의 지재권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재권 분야가 발달된 영미법 분야를 집중적으로 검토하면서 영미권의 지재권 공세를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견뎌냈는지와 관련 소송 증가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을 지낸 한승철 부장이 스터디그룹을 이끌고 있다.

금융조사부(부장검사 박성재)는 각종 주가조작 범죄나 분식회계 유형 등을 공부하는 금융증권법 연구회를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조세분야나 해외자금 도피사범 추적 등에 관한 연구가 주 목적이다.검찰 내 대표적인 학구파로 꼽히는 봉욱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은 "수사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일선 검사들이 각종 연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동욱·김현예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