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전쟁 고아' 사진展...美 참전용사 드레이크씨

"나는 전쟁 속에서 핀 아름다운 사랑을 가져온 전령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주인공은 전쟁 속에서 사랑을 실천한 미군들입니다."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들과 미군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를 마련한 미국인 조지 드레이크씨(76)는 전시회의 의미를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14일 오전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미군과 한국 아이들,그 사랑의 이야기'란 주제로 열린 사진전시회.전시회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드레이크씨가 9년여에 걸쳐 수집한 각종 사진과 자료 2000여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날 공개된 사진과 자료는 한국전 당시 고아들의 참상과 그들을 돌봤던 미군 병사들의 모습들로 전쟁의 참화 속에서 피어난 인간애가 느껴진다.1950년 전쟁 발발과 함께 폐허가 된 시가지에 홀로 남겨져 울고 있는 이름 모를 아이의 얼굴에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전쟁의 공포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피란 중 어느 미군 병사의 손에 이끌려 난민보호소로 옮겨진 한 소년의 야윈 얼굴에는 피곤함과 두려움이 함께 묻어났다.

1950년 12월20일 미군이 감행한 '어린이 구출 항공작전'으로 950여명의 전쟁고아가 제주도 한국보육원으로 구출되는 장면(아래사진)은 감동으로 다가왔다.잊혀진 전쟁고아와 미군 장병들의 인간애가 담긴 이들 자료는 한국전쟁 참전용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드레이크씨가 미국 국립기록보관소와 일본 도쿄의 성조기기록보관소 등에서 일일이 수집한 것들이다.

한국전 당시 고아들을 위해 헌신적인 활동을 펼쳤던 드레이크씨는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에 구호물자를 보냈고 고향인 베링헴에 한국어린이 기념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한 전쟁고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던 드레이크씨는 "군인이기 앞서 인간으로서 굶주리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그는 이어 "작은 사진전을 통해 한국전쟁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현재에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드레이크씨는 전시회가 끝나면 전시자료 2000여점을 전시회 주관단체인 호남종합사회복지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편 광주시는 이날 전시회 개막식에서 감사의 표시로 드레이크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