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이젠 '옥쇄파업' 까지] 툭하면 극단 투쟁…공권력 방조 '한몫'

노동계의 파업 투쟁이 갈수록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올해 파업 강도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세졌고,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불법 점거 사태와 쌍용차의 옥쇄파업 예고에서 보듯이 극단적인 투쟁도 서슴지 않는 형국이다.내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방침,산별교섭 체제 전환 등을 앞두고 기존 노조 집행부가 입지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묵인·방조하는 공권력이 강경 투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쩍 강경해진 노동운동쌍용차 노조가 예고한 옥쇄파업은 극단적인 투쟁방법으로 이 회사 노조로선 처음 감행하는 조치다.

공장을 무기한 폐쇄한 채 전 노조원이 공장에서 숙식을 같이 하면서 농성을 벌이기 때문에 회사측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노조 입장에서는 대체인력 투입이나 직장 폐쇄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데다 노조원들의 이탈도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쌍용차 관계자는 "옥쇄파업은 건조물을 무단점거하는 불법인 만큼 공권력 투입 등을 요청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일단 노조측과 대화를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항건설노조원들이 지난달 14일 단체협상 파트너도 아닌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한 것도 강경투쟁의 본보기다.

특히 포항건설노조 집행부는 파업 44일 만인 지난 12일 사측과 마라톤협상 끝에 마련한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몇 시간 만에 번복,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국내에서 유일하게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을 생산하는 카프로는 노조측의 전면 파업을 견디다 못해 최근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을 정도다.

앞서 지난달 말 임금협상을 타결지은 현대차도 유난히 힘든 협상 과정을 겪었다.

현대차 노조는 21일간 부분파업을 벌여 10만대 생산 차질과 1조3000억원의 막대한 매출 손실을 초래했다.

임금과 단체협상이 병행됐던 지난해(파업일수 11일,생산차질 4만1889대,매출 손실 5795억원)보다 피해가 훨씬 컸다.

○'억지요구' 강요하는 노조

쌍용차 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임금 13만4285원(기본급 대비 10.5%)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2시간 의무잔업제와 주간 연속 2교대제 실시,복지기금 출연,정년 58세에서 59세로 연장 등도 요구했다.

올 상반기 매출이 급감,100억원의 영업적자와 176억원의 순손실을 입을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회사측에 요구했던 임금인상률(9.1%)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부분파업을 지속 중인 기아차 노조도 회사가 처한 경영위기에 대해 '나몰라라' 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2분기에 1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이 회사 노조는 임금 10만6221원과 상여금 100% 인상 외에 300% 수준의 성과급까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체협상안으로 △채용 인원 및 전형 방법 노조와 협의 △정년 58세에서 62세로 연장 △노사 동수로 징계위원회 구성 등을 제시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해 곧바로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 바람에 투쟁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