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1번지는 '명동 아닌 부평' ‥ 지점당 월평균 대출 서울 강남보다도 많아

올해 초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 서울 명동지점장에서 인천 부평지점장으로 발령받은 이중기 지점장은 자리를 옮기면 좀 여유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대출 심사를 위해 검토할 문서만 매일 수천페이지에 달하고 문의 전화만 200통이 넘는다.

업무량이 명동에서 근무할 때보다 두 배가량 늘어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 지점장의 업무량 증가는 숫자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부평지점은 올해 3월부터 전국 30개 러시앤캐시 지점 중 월 평균 대출액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37억여원(추가 및 재대출액 포함)의 대출액을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는 42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지점당 전국 평균인 17억원의 3배에 이르며 서울에서 가장 노른자위로 평가받는 강남지점(33억원)보다 9억원 많다.고객들이 부평지점으로 몰리다 보니 지난달부터 부평지점에 대출을 신청하던 고객들 중 일부는 아예 영등포나 안양 등 인근 지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을 정도다.

부평지점이 1위인 것은 대부업계 2위 업체인 산와머니도 마찬가지다.

산와머니 부평지점의 7월 한 달 대출액은 10억원(신규 대출액)으로 지점당 평균(5억3000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이처럼 부평이 최고 알짜 지역으로 급부상하자 두 업체는 인천지역 추가 지점 개설 준비에 한창이다.

러시앤캐시는 다음 달 중 인천시 남동구에,산와머니는 연내 계양구에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부평이 대부업 1번지로 자리잡은 가장 큰 이유는 인구나 경제 규모에 비해 대부업체 수가 적어 이른바 '독과점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1만명당 등록 대부업체 수는 서울과 6대 광역시 중 인천이 4.9개로 가장 적었다.

반면 인천지역의 사업체 수는 1만113개로 나타나 서울을 제외하고 6대 광역시 중에서는 가장 많았다.

다른 수도권 지역과 달리 독립적인 상권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부평 대부업체들의 질주에 한 몫하고 있다.

정성원 러시앤캐시 영업본부장은 "인천시민들 중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는 20% 미만이어서 인천시의 중심 상권인 부평지역으로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최근 부평 상권이 인근 주안이나 부천 지역에 밀리면서 장사가 안 되는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증가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타바타 나오야 산와머니 한국본부장은 "다른 업체의 진출이 늘어날 때까지 부평 지역의 실적은 계속 좋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