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히트 예감] 기업하기 어렵다고 낙담 말고 '글로벌 히트'를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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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은 운명을 바꾼다.
'한방'의 가능성은 늘 존재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빅 히트'를 터뜨리고 있다.많은 기업들이 대박에 환호하는 이유는 전세를 일순간에 장악해버리는 매력 때문이다.
영화 '괴물'이 지난 16일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21일 만에 달성한 초유의 기록이다.종전까지 1000만관객을 돌파했던 최단 기록이 '태극기 휘날리며'의 39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경이적인 속도다.
이 영화 한편으로 제작사인 청어람과 배급사인 쇼박스 등은 노다지를 캤고 투자자들도 대박을 맞았다.
7개월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마시멜로 이야기'는 최근 단행본으로는 이례적으로 100만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출판사인 한경BP는 이 책 한권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두배 이상을 거둬들이는 성과를 거뒀다.
대박은 운명을 바꾼다.
하지만 극장가나 출판계에만 대박에 터지는 것이 아니다.'한방'의 가능성은 늘 존재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빅 히트'를 터뜨리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대박에 환호하는 이유는 전세를 일순간에 장악해버리는 매력 때문이다.
불리한 판세는 뒤엎고 유리한 상황에선 추격자들의 전의를 상실케 한다.
애플은 한때 그래픽용 PC인 매킨토시를 앞세워 세계 IT업계를 호령했지만 꺼져가는 등불이었다.
경쟁업체들의 날랜 신제품 출시와 집중견제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본격 출시되기 시작한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은 애플의 운명을 단숨에 바꿔 놓았다.
이제는 세계의 내로라 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애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애플이 반도체 신규 고객으로는 최대의 '바이어'가 됐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독주와 삼성 LG의 거센 추격에 노쇠 기미를 보였던 모토로라도 2004년 말 선보인 슬림 휴대폰 '레이저'를 성공시키면서 완전히 살아났다.
지금은 레이저보다 더 얇은 휴대폰이 많이 나와 있지만 당시로는 획기적으로 줄인 두께와 초경량 디자인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단일제품으로 이룬 한 분기 판매실적 650만대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이처럼 세계 정상의 기업들에는 글로벌 히트상품이 있게 마련이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검색엔진 하나로 일약 세계 최고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해묵은 얘기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소프트웨어업계의 왕좌를 차지한 것도 윈도 운영체제(OS)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삼성전자가 '그저 괜찮은'반도체 회사에서 세계 IT업계의 집중 조명을 받는 기업으로 부상한 것도 애니콜의 글로벌 히트 덕분이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1000만대 이상을 판 휴대폰은 블루블랙폰(D500) 외에 일명 '이건희폰으로 불린 SGH-T100과 벤츠폰으로 명명된 'SGH-E700' 등 세가지.이들 제품을 빼놓고는 지난 2000년 이후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가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이유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히트상품은 기업이 어려울 때일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지구촌 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는 단일 상품,하나의 서비스가 기업의 중장기 성패를 가름한다.
지난 상반기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에 힘든 시기였다.
기름값 폭등과 환율 폭락은 수출 채산성을 급속도로 악화시켰고 정책의 불확실성은 앞날을 점치고 재단하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박의 꿈'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본의 아니게 뒤처진 기업들은 히트상품 창출을 통해 반란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망한다고 혀를 차도 어느 날 세상을 놀라게 하고야 말겠다는 배짱을 갖고 있어야 한다.그리고,그것은 수많은 난관을 헤치며 성장가도를 달려온 우리 기업들의 덕목이기도 하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