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공시번복 … 투자자 억장 무너진다

타법인 인수,경영권 양도,신규설비 투자 등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시 내용을 번복하는 코스닥 기업이 잇따르면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공시 번복 후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이에 따라 중요내용의 공시를 번복한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장신뢰도 추락 주범

디지탈디바이스는 22일 지난달 체결한 경영권 양도 계약이 무산됐다고 공시했다.이 회사는 지난달 4일 최대주주인 이상훈 사장이 보유주식 121만주(12.6%) 가운데 70만주(7.29%)와 경영권을 장성수 CCG컴퍼니 대표에게 4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잔금 20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계약을 백지화했다.

지난 17일에는 모티스가 스타시아엔터테인먼트 점보엔터테인먼트 등과 체결한 영업양수 계약을 해지했고,지난 14일에는 제이엠피가 5월부터 추진해온 남선알미늄을 인수키로 한 결정을 철회한다고 공시해 주가가 급락했었다.이처럼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회사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번복한 사례만도 20여건에 달한다.

이 중 계약 상대방이 아닌 회사측에 귀책사유가 있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업체도 8건이나 된다.

8월 들어 주요 결정을 뒤집은 태화일렉트론 마스타테크론 제이엠피 등은 오는 29일 심사를 통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주가급락으로 투자자 피해

공시를 번복한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폭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디지탈디바이스는 7.84%나 떨어져 최근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공시 번복으로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친 업체는 뉴보텍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7일 '주식회사 이영애'에 지분 출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공시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결국 대표이사가 형사 고발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당시 2만1500원이던 주가는 이날 1485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불성실공시에 대한 제재조치가 '솜방망이' 수준이어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회사가 잘못해 중요 공시내용을 번복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해 제재를 하게 된다.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면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지정일로부터 1개월간 코스닥전산망에 표시가 된다.

또 1년 동안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횟수가 1.5회 이상이 되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다.

경영상의 중요내용과 관련된 공시를 번복했을 경우 증권거래법에 따라 20억원 이하의 과징금,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그러나 공시 번복이나 변경으로 인해 실제 처벌을 받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