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등 우회상장 6社 기업분할로 '本色' 드러내

상장업체와 합병 주식교환 자산양수도 등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우회상장 업체들의 기업분할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데다 기업구조가 투명해지는 등의 장점이 있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하지만 우회상장 기업들은 대부분 주식교환시 과대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분할 후 실적이 부진할 경우 주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우회상장 업체 중 올 들어 기업분할을 결정한 기업은 디에스피이엔티 마틴미디어 팬텀 메디오피아 세스넷 한국사이버결제 등 6개사에 달한다.

호신섬유를 인수해 우회상장한 디에스피이엔티는 회사를 디에스피이엔티와 호신텍스타일로 분할할 계획이다.분할 후 호신텍스타일은 디에스피이엔티의 100% 자회사가 된다.

디에스피이엔티는 분할 후 존속법인으로 상장 자격을 유지하지만 신설법인인 호신텍스타일은 상장이 폐지된다.

우회상장 전으로 고스란히 복귀하면서 상장사만 뒤바뀌게 되는 셈이다.나머지 업체들도 디에스피이엔티와 동일한 방법으로 기업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 우회상장 기업들은 대부분 주력사업과 관련없는 섬유 등 전통 제조업체를 인수해 시장에 진입했다.

따라서 사업구조가 이원화돼있고 전통 사업부문은 적자인 경우가 많다.전통 사업부문을 떼어낼 경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데다 핵심사업에 주력할 수 있게 돼 존속법인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디에스피이엔티 관계자는 "섬유사업 부문이 적자를 내고 있어 기업분할 후 디에스피이엔티의 매출은 줄겠지만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호신텍스타일의 경우 자산가치가 적지 않아 상황에 따라서는 매각을 통해 모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는 세스넷을 제외하고는 기업분할 결정 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텀과 한국사이버결제는 주가하락률이 25%를 넘었다.

디에스피이엔티도 이날 오전 한때 6% 급등했지만 결국 전날보다 0.43% 하락한 4590원에 그쳤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우회상장 기업이 과거 인수했던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하지만 일부 주가에 거품이 있는 종목들의 경우 실적이 나빠지면 오히려 주가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회상장 업체들의 기업분할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경영권이 변동된 우회상장 업체수는 2004년 28개사에서 2005년 31개사,2006년 40개사로 매년 늘고 있다.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통사업 부문을 정리하거나 분할을 통해 떼어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