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발주업체·기술제휴선·고객 "시어머니들이 우릴 키웠다"

구본학 부사장은 어릴 적 일요일이면 아버지 손을 잡고 밥솥공장에 따라가곤 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현장 점검과 생산기술 향상 노력에 여념이 없던 아버지의 모습은 깊은 인상으로 각인됐다.

구 부사장은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부터 부친 구자신 회장의 경영철학을 시스템화 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에 따르면 부친의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시어머니 경영'이다. "외부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시어머니같은 존재가 있어야 회사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쿠쿠가 'OEM'방식으로 납품하던 시절에는 발주업체가 곧 시어머니였다. 발주업체의 까다로운 요구에 직원들이 불평을 늘어놓을라 치면 구 회장은 "불평할 시간이 있으면 문제 해결에 전력하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OEM'을 중단한 이후에는 일본의 마쓰시타 등 기술제휴선이 시어머니 역할을 했다. 사실 이때는 이미 기술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단계여서 기술제휴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어머니'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휴를 맺었다는 설명이다.

구 부사장이 경영총괄을 맡고 나서부터는 '고객의 소리'를 시어머니로 삼고 있다. 고객이 홈페이지에 올린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사내 전산망을 통해 해당 팀에 실시간으로 전달되도록 했고 24시간 이내에 처리 상황이나 개선방안을 보고하도록 했다.

실제로 고객이 올린 글은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의 원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내솥을 분리해 흰쌀밥과 잡곡밥을 동시에 지을 수 있는 밥솥,돌솥밥 맛을 낼 수 있는 돌내솥밥솥 등 쿠쿠홈시스가 올해 선보인 신제품들은 모두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탄생했다.구 부사장은 또 연초 각 팀별로 혁신과제를 2개 이상 정해 정기적으로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연말에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최근 신제품에 적용돼 호응을 얻고 있는 '소프트 스팀 캡'(밥솥에서 빠져나오는 증기의 압력과 소음을 줄이는 기술)은 '타사와 차별화된 디자인개발'이란 연구팀의 혁신과제에서 개발된 기술이다.

구 부사장은 "1등 기업이라는 위치에 만족해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혁신노력을 게을리하면 금방 시장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회사의 모든 구성원에게 항상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