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푸는 문화코드‥pkm서 함진ㆍ배영환ㆍ김상길 '세남자 이야기'전

3명의 남성 작가가 7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대중문화를 각기 다른 미술장르로 이야기 하는 이색 전시를 열고 있다.

젊은 조각가 함진(29)을 비롯해 설치작가 배영환(38),사진작가 김상길씨(33)가 9월30일까지 선보이는 서울 화동 pkm갤러리의 '세 남자 이야기(Three Stories)'전이다.이들은 광주민주화운동과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거치면서 대중 문화코드에 내재된 무의식적 폭력성,집단과 개인 사이의 역학관계,소외와 소통의 문제 등을 각기 다른 장르의 작품 20여점을 통해 보여준다.

요즘 디지털 문화코드를 가진 작가들이 70년대 이후 사회적 향수와 세태를 들춰냈다는 의미에서 전시 제목도 '세 남자 이야기'로 붙였다.

손톱 크기의 '마이크로 조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함씨는 21세기 들어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환경,빈부격차 등 사회 현실의 문제를 조각작품으로 풀어냈다. 그의 근작 '폭탄 위의 도시'는 언젠가 폭발할지도 모를 세상을 미사일 위에 올려 놓아 눈길을 끈다.

실제 80kg짜리 항공기 미사일의 표면 위에 이끼가 낀 듯 미세한 형태의 인간 군상을 만들어 불안감을 상기시켜준다.

또 배씨는 70~80년대의 한국적인 감수성을 기타라는 고풍스런 악기로 표현했다. 그의 '남자의 길'시리즈는 70~80년대 어렵게 살아온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다.

가정의 꿈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짙은 향수가 배어있다.

김씨는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에 나타난 다국적 기업의 경제침탈과 사회적인 현상을 렌즈에 담아냈다.그의 '모션 픽처(motion picture)' 시리즈는 IMF 직후 시대적인 공황 속의 심리적 갈등을 간접 광고와 영화 장면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한편 pkm갤러리는 중국 베이징 차오창디 예술구역에 500평 규모의 'pkm 베이징'을 11월18일 개관한다.

(02)734-946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