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랜드보다 더 뜬 명품 수선점 '명동사'

명품 마니아들에게는 서울 명동을 비롯 압구정동 등에 4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명동사(明洞社)가 '반드시 알아둬야 할 곳'으로 꼽힌다.

명동사는 코트 재킷 핸드백 구두 등 웬만한 명품 수선을 감쪽같이 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명동사가 사실상의 '명품 애프터서비스센터'로 자리잡은 기현상이 빚어진 것은 수입 명품 브랜드 가운데 태반이 제대로 된 사후 관리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수선업체 '명동사'가 뜨는 까닭은?

'명동사'는 1968년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맞은편에 조그만 가죽제품 수선 점포로 문을 열었지만,명품 보유자들의 수선 의뢰가 줄을 이으면서 영업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특히 강남 명품족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1998년 갤러리아백화점 인근에 지사를 내는 등 압구정동에서만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작년 4월엔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에 입점,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명동사 관계자는 "올 가을이나 내년 초에 부산 동래에도 진출할 예정이며 신세계백화점과도 입점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명동사의 '신화 창출'은 애프터서비스센터조차 없는 명품 브랜드들 덕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에비뉴엘의 S사,B사 매장 직원은 "고객이 원하면 해외 본사로 보내 수리하지만 대부분 명동사에 맡긴다"고 말했다.

에비뉴엘에 입점해 있는 150여개 브랜드 가운데 시계,보석류를 제외하면 70∼80%가 명동사를 수선 업체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최상위 브랜드의 한국 내 서비스 수준도 마찬가지다.

루이비통,크리스찬 디올,프라다,카르티에 등은 자체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술자들의 숙련도가 떨어져 파손 정도가 심한 제품은 하도급 형태로 수선을 진행시킨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에르메스의 경우 수선이 필요한 제품은 100% 해외 본사로 보내고 있는데 일본 지사의 경우 프랑스 '장인'을 파견,현지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고객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모호해지는 진품과 짝퉁의 경계

수선의 하도급화가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진품과 짝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하도급업체들이 원부자재를 자체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버리 매장 관계자는 "명동사 등에 맡기면 비슷한 색깔의 가죽을 사용하더라도 미묘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중고 명품업체 A사의 대표는 "해외 본사에서 손질한 게 아니면 가치가 절반가량 떨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산 명품들은 서비스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일부 브랜드는 면세점에서 판매시 아예 품질보증서를 제공하지 않을 정도.한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상품은 거래 관계가 면세점과 해외 본사"라며 "한국 지사에서 산 것이 아니라면 무상 보증 혜택을 누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김지혜 최보미 인턴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