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부담만 가중" … '비전 2030'놓고 여당내부 비판 목소리

노무현 대통령이 야심작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기 재정계획 '비전 2030'을 놓고 여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당장 실행하는 계획이 아닌 데다 국민의 세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게 여당 내부의 불만.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표를 깎아먹을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비전 2030'은 복지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6년부터 2030년까지의 장기 국가재정 계획이다.

당초엔 경제성장에 맞는 복지수준을 갖추기 위해 2006~2010년까지 4조원,2010~2030년까지 1600조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동 걸고 나선 여당청와대는 '비전 2030'이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국가발전 계획이라며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 때 '세금폭탄' 공세에 시달렸기 때문에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유난히 크다.

때문에 "당장 서민경제가 어려운데 20년 뒤의 복지계획 문제로 증세 얘기가 나와선 안 된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강봉균 정책위 의장은 "2030년의 상황을 예측해 계획을 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비전 2030'은 토론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의장은 "2030년이 되면 복지기능을 높이기 위해 국민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증세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할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제창 제3정조위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재원마련 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결국에는 세금을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비판한 뒤 "청와대의 현실 인식이 심각하다.

대통령이 마치 호리병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청와대,발표 내용과 주체 수정 검토

청와대는 지난 23일 기획예산처를 통해 '비전 2030'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는 지난 20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비전 2030'에 대한 정부측 설명을 들은 뒤 파장을 우려해 줄곧 발표 주체를 대통령 자문기구 등으로 바꿀 것을 요청해왔다.

청와대는 당의 반대가 커지자 일단 발표 시기를 오는 30일로 미뤘다.또 발표 주체를 정부 연구기관 등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