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美 현지사업 점검 … 삼성 경영진 대거 동행

지난 2월 귀국한 이후 계열사 사장들과 릴레이 경영전략회의를 열며 경영현안을 챙겨왔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번에는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현지 사업과 세계 첨단 정보기술(IT) 업계의 흐름을 직접 점검한다.

이 회장으로선 지난해 7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렸던 동남아 경영전략회의 이후 사실상 첫 해외 출장이다.2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다음 달 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밴플리트 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북미지역의 주요 사업장을 둘러보고 미국 유수 IT기업 총수들과의 면담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미국행에는 그룹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과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등 그룹 수뇌부들이 동행할 예정이며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도 같이 갈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선 오동진 삼성전자 북미총괄사장이 안내를 맡았으며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300㎜웨이퍼 반도체공장을 비롯한 현지 생산·판매 법인들이 이 회장의 순회 사업장 명단에 올라 있다.뉴욕 등 미국 대도시의 유명 백화점과 할인점에 진열돼 있는 삼성 제품들도 둘러볼 계획이다.

이 회장이 사업차 해외를 방문한 것은 지난해 7월 베트남에서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의 전자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아시아 전략회의'를 주재한 이후 1년2개월여 만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이학수 부회장,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제진훈 제일모직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경영전략회의'도 주재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당초 출국에 따른 세간의 오해를 의식해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대리인을 참석시키는 것이 수상관행과 예의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그는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신병 치료 때문에 현지 경영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여러가지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밴플리트상은 미국 내 친한파 인사들로 구성된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한국에 대한 이해 증진과 한·미 양국의 관계개선을 위해 활동해온 인사들에게 주는 상으로 1992년 제정됐다.

2004년에는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이 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수상했다.

조일훈·이태명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