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디커플링 논쟁..모건스탠리 vs 골드만삭스

현재 아시아 증시나 경제 향방을 점치는 전문가들내 최고의 화두(話頭)는 단연 '디커플링(decouple,脫동조화)이다.

부동산을 비롯 미국의 소비 시장이 뚜렷한 부진에 빠져드는 가운데 과연 아시아 경제 성장률이 급락할 지 아니면 일시 슬럼프 수준에서 이겨낼 것인 지를 놓고 월가 분석가들의 설전도 뜨거워지고 있다.이와관련 모건스탠리는 디커플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반면 골드만삭스는 과거와 달라진 요소들을 제시하며 상당 수준의 脫동조화를 예상하며 맞서고 있다.

★ 앤디 시에(모건스탠리)..脫동조화는 그릇된 통념일 뿐

시에는 전주말 "최근 주가 랠리의 배경은 美 긴축 종료 기대감과 함께 아시아 경제가 미국 둔화대비 디커플링(decoupling)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작용하는 것 같으나 둘 다 정확하지 않은 가정이다"고 평가했다.우선 미국의 인플레는 경기 둔화 없이는 결코 진정될 수 없다며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

또한 "아시아 GDP에서 미국 수입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달하며 성장의 15~20%를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경기 둔화는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경제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다시 아시아의 수출품목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리는 연쇄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특히 미국의 對아시아 무역적자(아시아의 대미 흑자)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아시아의 실질금리를 낮춰 주는 역할을 해왔으나 앞으로 미국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 아시아의 금리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추정했다.

저금리에 기대며 활황을 띠었던 중국의 고정투자나 인도의 소비까지 주춤거릴 수 있다고 예상, 결국 미국의 경기둔화는 아시아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끄집어 내릴 것으로 판단했다.

시에는 "물론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금융개혁 등을 적극 실시할 경우 미국 둔화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탄탄한 내수를 갖출 수 있으나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선배(골드만삭스)..미국發 수요 쇼크를 이겨낼 '완화제'

골드만은 "미국의 경기 둔화가 현실로 닥치면서 아시아의 디커플링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는 가운데 지난 5월이후 주가 급락 등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자신처럼 '디커플링이 가능하다'는 쪽에서 입증해야할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미국 경기사이클은 나스닥 버블이후 기업투자가 여지없이 붕괴됐던 2000~2001년과 비교하는 것보다 소비주도의 하강을 겪었던 1990~1991년을 떠 올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배 전무는 "소비와 기업투자 부진 모두 미국發 수요 쇼크이나 면밀히 따져보면 기업투자보다 소비 부진에 의한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진단했다.

예로 2000~2001년 동안 미국의 비거주 투자 지표가 22.4% 급랭할 때 아시아의 4개국(중국,한국,일본,대만)의 수출감소율은 32.3%까지 확대되고 같은 기간 GDP성장률은 고점대비 무려 7.3%P나 추락.

그러나 미국의 소비가 부진했던 1990~1991년의 경우 소비감소율이 3.4%를 기록할 때 아시아 4개국의 수출감소율은 6.6%로 기업투자 부진때보다 덜 심각.당시 10%대이던 아시아 4개국의 GDP 성장률 평균치는 7~8%로 내려와 GDP 낙폭도 (-)3%P로 기업투자 부진기(2000~2001년)때 (-)7.3%P 대비 절반 이하에 그쳤다.

결국 미국의 소비 부진때 아시아 수출이 받은 타격은 기업투자 침체기보다 완만하며 이번 미국 경기 부진도 소비주도인 만큼 어느 정도의 디커플링이 가능하다는 뜻.

김 전무는 "여기서 또 주목할 점은 내년 유럽 경제가 둔화될 것이나 그래도 1.7% 정도는 확장 가능하다는 예상과 일본의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수출이나 가공을 위한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미국 경기 약세로 둔화중이나 중국 자체적 내수 시장을 위한 수입 비중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변수라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미국 둔화에 따른 불똥을 피할 순 없으나 기업투자 부진이 아닌 소비 부진의 파장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점과 견조하게 유지될 유럽이나 일본 경제 혹은 중국의 내수 등 非미국 수요의 탄력성 등 두 가지를 '완화제'로 꼽는다"고 밝혔다.

더불어 중국의 향후 긴축 강도 역시 완만한 수위 조절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중국 경제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올해 10.5%를 기록할 중국의 GDP 성장률은 내년 9.1%로 완만한 둔화에 그치고 2005년 7.3%를 기록하던 내수 증가율은 올해와 내년 각각 8.9%와 8.7%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박병우 기자 parkb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