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고 급감…수요 지속 증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상반기 중 수천억원어치의 낸드플래시메모리 재고를 쌓아놓고 있었다.

LG필립스LCD 역시 1조원에 가까운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업친데 덮친 격으로 휴대폰 업계도 된서리를 맞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치고 급기야 중견 휴대폰업체인 VK는 부도가 나는 사태까지 맞이했다.

업계는 2분기가 바닥이라고 강변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달러당 950원 안팎의 낮은 환율은 채산성 회복 가능성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중국산 저가 전자제품들의 범람은 세계 IT(정보기술)업계의 노골적인 견제와 맞물려 국내 IT기업들을 사면초가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을 지나면서 국내 업계를 옥죄고 있던 불안요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선봉장은 역시 반도체.D램 가격이 조용한 반등을 지속하면서 호황국면 진입을 예고하고 있고 낸드플래시메모리 수요도 살아나기 시작했다.노키아,모토로라의 공세에 주춤하던 국내 휴대폰업계의 반격 또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마치 '기관총'을 연상시킨다는 화려한 신제품 출시를 앞세워 월간 기준 최대 판매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것.국내 업계의 이 같은 약진은 IT부문의 계절적인 성수기와 맞물려 올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을 견인할 최대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도체1995년 윈도 출시 때와 버금가는 '슈퍼 호황'이 D램 업계에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D램 재고량이 7월 2.35주 분량에서 1.92주 분량으로 감소하는 등 2005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 역시 D램 시장에서 올 3분기 이후 내년까지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현상은 1999년 일본의 히타치와 NEC 등이 D램 사업을 포기한 데 이어 낸드플래시의 상대적인 부각으로 상당수의 반도체 회사들이 기존 D램 생산라인을 낸드플래시 라인으로 돌리면서 D램 공급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제품이 반도체를 쓰는 디지털제품으로 속속 바뀌면서 범용제품인 D램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고정거래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수급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라며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상승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반기 중 가격 급락에 시달려온 낸드플래시메모리도 가격 안정을 발판으로 2004년에 이어 제2의 호황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소니 애플 샌디스크 등이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하는 대용량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 (PMP)와 MP3플레이어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불황에 대한 내성이 무척 강해졌다.

세계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경험을 한 것이 오히려 쓴 약이 됐다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8월 1천만대를 판 데 이어 3분기 중 3000만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회사 관계자는 "모토로라 등의 저가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지켜낸 끝에 이뤄낸 결실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LG전자의 3분기 판매전망치는 1650만대.지난 2분기보다 120만대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단순 판매량 증가보다는 400달러대의 고가 휴대폰인 초콜릿폰의 누적 판매량이 300만대를 돌파한 것이 더욱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LG전자는 강조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다른 품목들에 비해 아직 불안 요인이 많다.

모니터용 LCD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다지만 TV용 패널의 가격 동향은 확실치가 않다.

디지털 TV의 최종 수요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등락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업계 역시 LCD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인해 가격 하락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모니터용 제품을 중심으로 바닥을 확실하게 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TV용 패널 역시 재고 조정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하락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실제 LG필립스LCD의 재고는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훈·김형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