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비전2030과 MAYA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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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2030'은 발표하지 않는 게 나을 뻔 했다.
국가의 장기 비전을 담았다는 이 보고서가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다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논쟁거리조차 되질 않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는 데 여야가 맞서 무엇을 놓고 그리 논쟁을 벌이고 있는지….
국가 비전이라면 마땅히 들어갔어야 할 재정전망의 부재 얘기다.
재정전망이 없는,더욱이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나온 비전 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다투는지 모르겠다.정부도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완벽하게 만들었지만 정치권의 주문 탓에 최종 발표에서 재정전망이 빠졌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발표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핵심이 빠진 보고서를 내던져 놓고 국민들에게 서둘러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해달라는,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어디 있는가.
그런 면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장기 비전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이 보고서도 이름이 '2030 비전'이다.역시 장밋빛이다.
하지만 일본의 2030 비전은 우리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재정전망을 가장 중요한 전제로 담고 있어서다.
장기 세입·출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2010년대 초반까지 중앙 및 지방정부의 기초적 재정수지를 흑자화한다는 목표부터 상세한 실행 계획과 함께 담겨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업무 중복을 없애고 민영화 규제개혁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전략도 구체적이다.
'민간 참여에 의한 풍요로운 공(公)'을 달성하기 위한 수많은 개혁 과제는 각 부처의 세부보고서가 뒷받침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재정전망을 중시하고 그 기반을 공공부문의 개혁에 둔 것은 아무리 화려한 청사진이라 해도 국민의 이해와 합의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례도 감안됐다.
이른바 '하시모토 개혁의 실패'다.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1996년 정부 구조부터 손을 댄 하시모토 전 총리의 '6대 개혁'이다.
그러나 하시모토는 개혁의 필요성은 인식했을지 몰라도 전략이 없었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증세에 나서 결국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국민들의 이해와 합의를 전제로 한 고이즈미의 개혁에 이제 반대 세력이던 젊은층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의 경제 정책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개혁이 제 방향을 잡은 셈이다.
디자이너 사회에는 'MAYA(Most Advanced,Yet Acceptable)론'이라는 게 있다.
"앞서 가되 구성원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20세기 산업디자인계의 거장 레이먼드 로위의 명언이다.
혁신적 디자인도 소비자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정책 디자이너라고 다를 게 있는가.
이상주의를 관철하려 들기 보다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목표와 숨김 없는 정보,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1100조원짜리 물건을 팔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현금으로 사는 게 나은 지,카드로 사는 게 나은 지,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비전 2030이 소모적 논쟁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대통령에게 MAYA론을 들려주고 싶다.
김정호 경제부장 jhkim@hankyung.com
국가의 장기 비전을 담았다는 이 보고서가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다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논쟁거리조차 되질 않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는 데 여야가 맞서 무엇을 놓고 그리 논쟁을 벌이고 있는지….
국가 비전이라면 마땅히 들어갔어야 할 재정전망의 부재 얘기다.
재정전망이 없는,더욱이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나온 비전 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다투는지 모르겠다.정부도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완벽하게 만들었지만 정치권의 주문 탓에 최종 발표에서 재정전망이 빠졌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발표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핵심이 빠진 보고서를 내던져 놓고 국민들에게 서둘러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해달라는,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어디 있는가.
그런 면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장기 비전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이 보고서도 이름이 '2030 비전'이다.역시 장밋빛이다.
하지만 일본의 2030 비전은 우리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재정전망을 가장 중요한 전제로 담고 있어서다.
장기 세입·출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2010년대 초반까지 중앙 및 지방정부의 기초적 재정수지를 흑자화한다는 목표부터 상세한 실행 계획과 함께 담겨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업무 중복을 없애고 민영화 규제개혁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전략도 구체적이다.
'민간 참여에 의한 풍요로운 공(公)'을 달성하기 위한 수많은 개혁 과제는 각 부처의 세부보고서가 뒷받침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재정전망을 중시하고 그 기반을 공공부문의 개혁에 둔 것은 아무리 화려한 청사진이라 해도 국민의 이해와 합의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례도 감안됐다.
이른바 '하시모토 개혁의 실패'다.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1996년 정부 구조부터 손을 댄 하시모토 전 총리의 '6대 개혁'이다.
그러나 하시모토는 개혁의 필요성은 인식했을지 몰라도 전략이 없었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증세에 나서 결국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국민들의 이해와 합의를 전제로 한 고이즈미의 개혁에 이제 반대 세력이던 젊은층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의 경제 정책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개혁이 제 방향을 잡은 셈이다.
디자이너 사회에는 'MAYA(Most Advanced,Yet Acceptable)론'이라는 게 있다.
"앞서 가되 구성원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20세기 산업디자인계의 거장 레이먼드 로위의 명언이다.
혁신적 디자인도 소비자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정책 디자이너라고 다를 게 있는가.
이상주의를 관철하려 들기 보다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목표와 숨김 없는 정보,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1100조원짜리 물건을 팔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현금으로 사는 게 나은 지,카드로 사는 게 나은 지,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비전 2030이 소모적 논쟁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대통령에게 MAYA론을 들려주고 싶다.
김정호 경제부장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