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용산공원 해법' 미군 손에?

"알맹이가 빠진 말장난 공방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좀 더 솔직해야 한다."

용산 미군부지 공원화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을 두고 일각에서 내놓고 있는 비판이다.이들이 말하는 '논의의 알맹이'란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미군이 내놓을 수치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결정될 이 금액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용산부지 전체 공원화' 논쟁은 공허하다는 것이다.

이전비용 윤곽이 잡혀야 용산부지 자투리땅 개발만으로 비용 충당이 가능한지 등의 여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사실 지난달부터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펼쳐온 설전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양측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서울시는 자투리땅 5만8000여평을 제외한 용산 미군부지 본체(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81만평) 모두를 공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교부도 본체 81만평에 대해서는 개발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충돌하는 부분은 건교부 장관이 용도변경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용산공원 특별법 14조이다.

서울시는 공원의 본체를 훼손할 여지를 남겨둔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왜 용산부지 본체 일부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오해를 사는 14조를 삭제하지 않을까.정부가 부지를 일부 개발해 미군 이전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비용 규모를 알 수 없으니 안전장치로 추가 개발 여지를 남겨뒀다는 게 정설이다.

뒤늦게나마 건교부와 서울시는 지난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회의를 열어 이달까지 특별법 제정 추진을 유보하고 자투리땅을 활용,이전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키로 했다.

이달 중순 미군이 이전비용을 한국측에 제시할 예정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용산 주한미군 이전비용 규모 전망은 3조∼6조원으로 다양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전비용이 전망치에 부합할 경우 용산 전면공원화는 큰 갈등없이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용산공원 해법이 이전비용 규모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가 그동안 피상적인 논리로 갈등을 부추겨 온 셈이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