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DELL 왜? … '시장의 변화' 못읽었다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인 델은 어쩌다 위기를 맞았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델이 고전하는 이유를 분석해 제시했다.이 신문은 델이 컴퓨터 산업의 성장동력이 '기업용'에서 '개인 소비자용'으로 이동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또 개인 소비자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선호하면서 전화와 인터넷을 통하기보다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하려 한다는 소비패턴의 변화도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델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 자사 콜센터에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을 대거 채용한 것이 매출 부진의 역효과를 일으켰다고 꼬집었다.마이클 델이 1984년 텍사스대 기숙사에서 창업한 델은 1990년 IT(정보기술) 붐에 편승,'직접 판매 전략'을 앞세워 급성장했다.

하지만 델은 최근 5분기 동안 세 차례나 시장의 기대 실적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올해 초에는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체 PC 시장보다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다.주가도 사상 최고치였던 2000년 3월22일(주당 58.13달러)에 비해 60% 이상 빠졌다.

델은 그동안 기업용 컴퓨터 판매에 주력하며 개인 소비자를 등한히 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컴퓨터 교체 시기를 미루면서 기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데스크톱 PC 시장이 얼어붙었다.실제로 전 세계 PC 출하량에서 데스크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78.8%에서 지난해 65.5%로 떨어졌다.

반면 개인 소비자들이 노트북 컴퓨터에 큰 관심을 보여 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노트북 컴퓨터 출하량은 2000년 2640만대에서 지난해 6530만대로 두 배 이상 커졌다.

미국에서도 2004년 1분기 12억2000만달러 규모였던 것이 올 1분기엔 24억4000만달러로 두 배로 커졌다.

문제는 급성장한 노트북 컴퓨터 시장의 판매 채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1분기에는 직접 판매 비중이 50.2%로 절반을 넘었지만 올 1분기에는 43.7%로 줄었다.

소비자들이 매장에 전시된 노트북 컴퓨터를 직접 살펴보고 구입하기 때문이다.

델이 고전하는 동안 HP 등은 경쟁력을 키워 델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HP의 연간 매출(867억달러)에서 개인 소비자가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델(559억달러)의 경우 이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이에 델은 개인 소비자 부문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광고를 시작했고 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창업자 마이클 델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케빈 롤린스 CEO(최고경영자)가 흔들리는 컴퓨터 왕국 델을 회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