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근절법안 후퇴 가능성

분양가 상승 주범으로 지목되는 '알박기'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원안보다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개정안이 건설업체들의 토지 매도청구권 행사 요건을 현행 '사업부지 면적의 90% 이상'에서 '80% 이상'으로 완화한 데 대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일부 여야 의원들이 원주민 등의 사유재산 침해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또 건교위에는 현재 혁신도시·용산민족공원 특별법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올해 말 시행을 목표로 한 정부 개정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우선 순위에 밀려 지체되거나 통과되더라도 규제 완화 폭이 당초 안보다 후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안 어떤 내용 담았나

4일 건설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알박기 근절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6월 마련돼 건교위 법안심사를 앞두고 있다.이 개정안은 일선 건설업체 등의 토지 매도청구권 행사 요건을 현행 사업부지 면적 90% 이상 확보에서 '80% 이상'으로 대폭 완화해 토지를 종전보다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일 이전 3년 이상 소유한 토지'의 소유자에겐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한 현행 규정도 삭제했다.

이는 △매도청구권 발동 요건을 80~90% 이상으로 하고 △매도청구권 예외 대상을 5~10년 이전 취득한 토지 등으로 하는 열린우리당 정장선·조경태 의원 등의 발의안보다 '알박기'를 더 규제하는 것이다.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건설업체는 사업부지 80% 이상을 확보하면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는 소유자의 보유 기간에 상관 없이 법원에 매도청구권을 신청해 이를 시가로 사들일 수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장기 보유자의 기득권을 인정할 경우 알박기 규제의 실익을 거둘 수 없어 소유 기간에 상관 없이 매도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유재산 침해 논란,국회통과 험로 예고정부에 앞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정장선·조경태 의원측은 일단 이 같은 정부안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향후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은 "이달 중 건교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안 외에도 다양한 의견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정부 개정안의 원안 통과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건교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측도 "입법 취지가 탈법 사항인 '알박기'를 저지른 사람을 제지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원주민 등 오래 거주했던 사람들의 권리는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안의 원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또 윤 의원측 관계자는 "법안심사소위에는 혁신도시 특별법,용산민족공원 특별법 등 시급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자칫 법 개정이 해를 넘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