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서민대상 이자놀이‥이자순익 외환위기前 3배

국내 은행들의 이자수입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순수익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 10년 동안 예금 금리는 3분의 1로 인하했지만 대출 이자는 절반 수준으로밖에 내리지 않는 등 예대마진 따먹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됐다.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4일 은행들의 수익구조를 분석한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이 서민을 상대로 손쉽게 돈장사를 벌여 대규모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8조87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조5517억원)보다 23.4% 증가해 올해 전체로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외환위기 이후 금리 하락 추세 속에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최대한 늘린 결과다.실제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1997년 0.51%에서 지난해 1.97%로 4배 수준으로 늘었다.

전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졌지만 예금 금리에 비해 대출 금리는 덜 낮춤으로써 대규모 이익을 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의 평균 예금 금리는 1997년 11.32%에서 지난해 3.62%로 3분의 1로 떨어진 데 비해 평균 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중 11.83%에서 5.59%로 절반으로밖에 내리지 않았다.문제는 은행들의 막대한 이자수익이 대부분 일반 서민들의 가계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기업보다는 개인을 상대로 한 가계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금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전인 1994년 말 예금은행의 대출금 135조원 중 가계대출은 36조8000억원으로 산업 부문에 대출된 99조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그러나 1994년 이후 가계대출은 8배 이상으로 급증해 작년 말 305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산업 대출금 308조4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은행의 가계대출 중 3분의 2 수준인 190조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해 은행들의 무분별한 가계대출 확대가 집값 불안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이 의원은 "금융감독 당국도 은행들이 지나친 예대마진을 줄이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