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바다이야기 닮았네..'무관심속 성장' '피해자는 서민' '무능한 공권력'

지난 4일 오전까지 개봉 40여일 만에 1246만명의 관객을 동원,'왕의 남자'(1230만명)를 제치면서 한국영화사를 다시 쓴 '괴물'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 캐릭터와 내용이 현재 진행되는 사행성 게임비리 의혹과 유사한 점이 많다.

괴물은 빠른 시간 안에 기록적인 관객을 끌었다는 점에서 경품용 상품권인증제도가 2004년 12월 도입된 지 2년도 안돼 서민 품에서 6조원의 천문학적 거액을 빼앗아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과 공통점을 갖는다.괴물이 청소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수의 관객을 동원했다면 사행성 게임비리 의혹 사건은 주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던 슬롯머신이나 출입대상을 엄격히 통제하던 카지노와 달리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했다.

영화 괴물에서도 피해자는 주로 매점 주인 가족 등 서민이 죽거나 다친다.

지금까지 전국에 보급된 바다이야기(4만5000대)와 황금성(1만5000대) 오락기 보급대수는 신고된 것만 6만여대.기계 한 대당 하루 1명의 손님만 받았더라도 피해자 규모는 연인원 2190만명 수준에 이른다.기계 한 대당 여러 명의 고객이 거쳐간 것을 고려하면 피해자 수는 적게 잡아도 수십만명 수준이다.

업계에선 최소 5조원 이상이 수수료 환전 등으로 서민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갔고 게임기 회사와 상품권 회사 등에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최소 6조원가량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괴물을 잡는 데나 사행성 오락실을 단속하는 데 국가 공권력이 무관심했고 무기력했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정부는 사행성 게임을 허가해준 이후 도박 관련 업체에 대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고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사태를 키웠다.

영화 속 괴물에는 괴상하게 생긴 물고기가 괴물 등에 기생하고 있다.

이번 사행성 게임비리의혹 사건에서도 오락실 및 게임기 업자와 환전상을 비롯,상품권 업자들은 물론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업계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한국게임산업개발원,서울보증보험 등이 이런저런 구설에 연루돼 있다.2002년 미군의 독극물 무단방류로 탄생한 것으로 설정된 괴물은 2006년 수면 위로 등장해 사람들을 잡아먹기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의 사행성게임도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미명 속에 올해 중반까지 거침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파고들었지만 경고의 목소리는 사행 열풍에 파묻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