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ASEM, 외교력 강화 기회다

方晴綠 < 한동대 교수·정치학 >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제6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ASEM 출범 10주년이 되는 시기에 개최되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1996년 제1차 정상회의가 개최된 이래 ASEM은 북미(北美) 지역과 더불어 국제정치경제질서의 3대 축을 형성하는 아시아와 유럽의 양 지역간 상호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국제관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해 왔다.

이번 ASEM 정상회의는 'ASEM의 10년; 세계적 도전과 공동대응'이라는 주제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 발전의 비전을 모색할 계획이다.

ASEM은 그동안 회원국 수가 EU 집행위원회를 포함해 26개국에서 39개국으로 증가하였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3대 협력분야를 중심으로 105개에 달하는 공식 협력사업이 추진돼 왔다.또 그 협력의 틀 아래에서 다양한 수준과 규모의 회의와 교류사업이 추진되는 등 질적 양적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경험해 왔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ASEM의 협력사업을 평가하고 장래 비전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담당해 온 역할이다.

한국은 2000년 제3차 ASEM의 주최국이었고,현재도 ASEM 아시아 조정국으로 아시아 지역 회원국들의 의견을 조율(調律),주도하는 등 ASEM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해왔다.이와 더불어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ASEM 출범 이후 추진돼온 협력사업을 평가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ASEM 협력사업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였으며,이 보고서는 정상회의의 논의를 거쳐 공식문서로 채택될 예정이다.

제출된 보고서에서도 지적됐듯이 ASEM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및 방식에 있어 일부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측면이 있다.

첫째, ASEM의 협력사업이 단기적 성격의 국제회의 및 세미나를 중심으로 이뤄지거나 적절한 후속조치가 없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 협력사업으로의 발전에 한계가 있었다.둘째, 협력사업의 추진과정 및 결과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셋째, 협력사업간 중복되거나 유사(類似) 주제에 대한 사업이 다수 추진돼 왔다.

넷째, 자국이 제안한 사업이 아닌 경우 회원국들의 관심과 참여가 적극적이지 못한 경향이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가 평가보고서를 통해 ASEM 협력사업의 체계적인 추진과 관리를 위한 체제를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ASEM은 포괄적인 관심사를 논의하는 비공식적 협의체로서의 성격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ASEM을 통한 대화와 협력의 역동성 및 자발성이 유지될 수 있었음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한편으로 ASEM을 통한 협력의 장이 단순히 대화의 장으로 평가절하되거나,보다 가시적이고도 구체적인 협력사업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나라가 협력사업 평가보고서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체계적 관리방안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 것은 향후 ASEM이 양 지역의 공동발전과 번영을 이뤄가는 실질적 협력체로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성과와 더불어 이번 ASEM 정상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EU 회원국들이 대(對) 북한 지원 및 협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이번 ASEM 정상회의는 북핵 및 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이처럼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6차 ASEM 정상회의는 양 지역간 협력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뿐만 아니라,우리나라의 외교적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아무쪼록 출범 10주년을 맞는 ASEM이 헬싱키 정상회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 양 지역간 협력관계를 보다 성숙된 단계로 발전시키는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