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나는 범죄, 기는 검찰

" 피고인들이 제작한 게임기가 PC방에서 사용된 것인가(판사). " "PC방이 아니라 게임장에서 사용된 것이다(피고인)."

최근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의 핵심 오락기인 황금성 대표의 공판에선 시쳇말로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벌어졌다.재판부가 오락기에 대해 무지해 '메모리 연타'나 '예시 기능' 등 게임기의 사행성을 가늠할 주요 사안은 물론 게임방과 PC방의 차이를 이해 못하고 계속 혼란스러워 했던 것.

'일확천금'을 노리는 노름판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을 재판부가 사행성 게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행성을 입증할 책임을 진 검찰 역시 명료하게 법원을 이해시키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결국 재판부는 게임기의 사행성을 입증하기 위해 오락게임기를 직접 법정에 가져와 시연할 계획을 밝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사례는 각종 범죄가 첨단화 기술화되면서 검찰이나 법원이 그만큼 범죄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은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게임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소스 코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예시'와 '메모리 연타'기능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기술력과 예산 등의 이유로 프로그램 소스 코드 전체에 대한 분석을 못하는 데 있다. 검찰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소스 코드 중 '연타'와 관련된 부분만 우선 찾아 입증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한다.그렇지만 당초 검찰은 전체 게임물에 대한 프로그램 소스 분석을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기술연구원에 의뢰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예산부족을 이유로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져 '임시방편'으로 소스 코드의 특정부분 분석에만 만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연타부분 소스 코드를 분석한 것도 서울대 공대생을 포함한 외부 전문가들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가 게임프로그램의 '소스'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부실한 심의가 이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부실 심의를 질타하던 검찰이 마침내 영등위의 전철을 밟으려는 것일까.

김동욱 사회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