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잦은 CEO들 '시차적응 노하우'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해외 출장을 가면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골프장으로 직행한다.

적당한 운동을 통해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고,시차적응도 수월하다는 생각에서다.출장 일정이 아무리 빡빡하더라도 최소한 9홀은 마친 뒤에 일정 소화에 들어간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경영을 확대하면서 CEO(최고경영자)들의 해외 출장도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대부분 중장년층인 CEO들에게는 시차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들은 나름대로의 비법으로 시차적응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식사는 채식 위주로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최근 "해외 출장 때는 채식으로 컨디션을 유지한다"며 해외 출장이 잦은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시차 극복 노하우를 소개했다.황 사장은 "육류 대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몸이 가벼워져 시차 극복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B는 시차 극복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술과 과식은 절대 금물이다.한화석유화학㈜ 허원준 사장은 해외 출장 중에는 과식을 하지 않고 술도 멀리한다.

비행기와 호텔 등지에서 과식을 하다 보면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 시간을 …

해외 출장에 앞서 현지 시간에 따라 미리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것도 CEO들의 시차 극복 비결 중 하나다.

신헌철 SK㈜ 사장과 허원준 사장은 비행기에 탑승하면서부터 출장 국가의 시간대에 맞춰 기내에서 취침시간을 조절한다.

국내에서 야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더라도 도착지 시간이 낮이면 잠을 청하지 않는다.

반대로 낮 시간에 비행기를 탔어도 도착지 시간이 밤이면 억지로라도 취침에 들어간다.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은 출장지에서 시차로 인해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어려운 내용의 책을 읽으면서 잠을 유도한다.

○체력으로 버틴다

가벼운 운동은 CEO들이 가장 애용하는 시차 극복 비법이다.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남영선 ㈜한화 사장은 출장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고 숙면을 취해 바뀐 시간대에 적응한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은 해외출장 때 운동화를 반드시 갖고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땀이 날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시차로 인한 체력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평소에 건강관리를 해두지 않으면 시차로 인한 피로를 극복하기 힘들다.

시차 극복에 관한 한 도사로 통하는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시간나는 대로 수영과 등산으로 다져놓은 체력이 시차극복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이 사장은 또 중간 경유지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가급적 저녁 시간에 현지에 도착하게끔 비행 스케줄을 조정, 출장지에 도착하자마자 휴식에 들어간다.

1년 중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는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도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한다.이 밖에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은 아예 시차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출장 일정을 빡빡하게 짠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