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인도 비디오콘에 매각 … 국내 가전시장 영향은 미미할듯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이 8일 이 회사의 우선매각협상 대상자로 인도 가전업체인 비디오콘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리플우드의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비디오콘 컨소시엄은 대우일렉 인수가격으로 약 7억달러(6700억~6800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아직 본계약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대우일렉이 비디오콘 컨소시엄에 넘어갈 경우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줄곧 채권단 관리를 받아왔던 대우일렉은 일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일렉은 반도체 등 비주력사업은 매각하고 사업구조를 TV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투자보다는 상시 구조조정에 역량을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매출도 △2000년 3조2000억원 △2002년 2조6000억원 △2005년 2조1600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비디오콘의 규모가 대우일렉보다 작고 기술력도 훨씬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디오콘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비디오콘의 자산은 2조원 정도로 대우일렉(1조6000억원)과 비슷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대우일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조원 수준에 그쳤다.

또 대우일렉이 LCD(액정표시장치)·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TV를 중심으로 디지털 TV 기반기술을 모두 갖고 있는 반면 비디오콘의 주력은 브라운관 TV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현 상태의 대우일렉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에는 힘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대우일렉이 국내 3위의 가전업체로 상당한 기술력과 국내외 유통망,브랜드 파워 등을 갖추고 있지만 비디오콘의 한국 진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 가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대우일렉 매각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뿐 아니라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의 가전시장에서 이미 선두업체들이 주도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인 만큼 비디오콘의 진출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1979년 설립된 비디오콘은 인도 최대의 가전업체로 방대한 가전 유통망을 통해 대표 브랜드인 'X-Lent'를 갖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에 부품 중심의 해외 거점을 갖고 있으며,지난해 프랑스 기업인 톰슨의 브라운관 TV 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미국의 폴라로이드사 인수에도 참여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