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스페셜] 지자체는 '축제의 계절'

'20여만평의 메밀꽃밭에서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변신해 보세요.''한지로 만든 청바지를 보셨나요.' '허수아비를 만들고 새끼를 직접 꼬아 보세요.'

가을 축제가 쏟아지고 있다.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관광부에 올해 보고한 축제 건수는 모두 726건.이 중 이달과 10월에 열리는 축제만 전체의 47%인 340개에 달한다.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군소 축제까지 합칠 경우 가을 축제는 500여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축제 소재도 전통 민속,문학,지역 특산물,자연 경관 등으로 다양하다.8일 개막된 강원도 효석문화제는 문학과 자연을 접목시킨 대표적인 지역 축제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가 이효석이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이렇게 묘사한 평창군 봉평면 일대 20여만평의 메밀꽃밭이 고스란히 축제 무대로 변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성처녀가 사랑을 나눴던 물레방앗간과 광활하게 펼쳐진 봉평 메밀꽃밭에서는 문학과 자연의 향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이효석 생가 터 근처에 있는 무이예술관에서는 메밀꽃 그림,야외 조각전 등을 구경하며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기회도 제공된다.

연기자 유인촌씨가 폐교된 옛 덕거초등학교에 조성한 달빛극장에서는 연극도 즐길 수 있다.

생가에서 주 행사장인 창동 문화마을까지 이어지는 2km 구간에는 메밀묵과 메밀국수를 파는 토속점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1999년 시작된 이 축제는 지난해 전국에서 40여만명을 끌어들이며 강원도 핵심 축제로 성장했다.

한국의 문화와 지역 특산물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는 원주 한지문화제가 꼽힌다.

오는 20일부터 5일간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한지로 만든 청바지 등 다양한 한지 의류 패션쇼가 선보인다.

한지 인형전은 물론 한지 초대작가전도 열릴 예정이다.

특히 관광객 1만여명이 참가하는 페이퍼로드 행사는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이 행사에서는 관광객들이 직접 한지를 이용해 가로 100m,세로 1.8m의 벽화를 만들게 된다.

20일부터 전북 김제시 벽골제 일원에서 열리는 지평선축제는 자연 속 가을을 흠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이곳에서 황금벌판 우마차 여행과 벼 추수 체험,메뚜기 잡기,가마니 짜기,새끼 꼬기,허수아비 만들기,연날리기 등 농경문화와 다채로운 전통 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

올 가을 서울·수도권에서는 서울숲 페스티벌,억새축제(서울 월드컵공원),경기 광주 왕실도자기축제,이천 복숭아축제 등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지방에서는 안동 국제탈춤축제,봉화 춘양목송이축제,전주 세계소리축제,순천 남도음식문화 큰잔치,홍성 남당리대하축제 등이 주요 지역 축제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 축제 중 일부는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역경제의 활력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충남 논산시 주민들은 내달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강경젓갈축제를 앞두고 벌써부터 기대에 들떠 있다.

이번 축제 관광객이 100여만명에 달하고 젓갈 판매 350억원을 포함,400억원대의 수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997년 금강하구 상인들의 소규모 행사로 출발한 이 축제는 2001년 논산시가 축제 운영 및 홍보에 뛰어들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문화부로부터 우수 축제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이 급증,축제 초기 2만여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이 지난해 89만명으로 늘어났다.

논산시 관계자는 "김치 담그기 등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며 "지난해 젓갈 판매액만 325억원에 이르렀고 숙박 등 부대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350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1999년 처음 시작된 원주 한지문화제도 지난해 관광객 수가 축제 초기의 3배인 30여만명으로 증가하면서 153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둔 것으로 원주시는 분석했다.

특히 원주시는 국내 축제에 앞서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시 오랑주리 공원에서 한지문화제를 열어 지역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 축제가 복사판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순신,억새풀 등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명칭의 축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하면서 지역축제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최근 전국 지자체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축제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남지역의 경우 상사화 군락지를 활용해 그동안 제각각 축제를 열었던 함평과 영광,전북 고창군이 내년부터 축제를 공동 개최키로 했다.이들 3개 지역 군수는 지난 6일 영광군청 회의실에서 공동 협약을 체결하고 상사화나 꽃무릇 광역관광벨트를 조성하고 관광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 개최와 홍보활동을 펴기로 했다.

김철수·김태현·최성국·이호기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