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EO "앞이 안보인다"

보험사의 경영 시계(視界)가 '제로'일 정도로 복잡해 최고경영자(CEO)들이 의사결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 관련 법규와 규정 등이 언제,어떻게 바뀔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장기 경영전략을 마련할 수 없을 정도다.보험업법 개정,민영의료보험 제정,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생보사 상장 등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빅 이슈만 4가지에 이른다.


그동안 보험업법 개정에서 업계 최대 논란거리였던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업무영역 철폐(겸영) 및 설계사 1사 전속제 폐지는 일단 유예됐다.

하지만 지급결제 업무 허용,손해사정사 통합,선임계리인 요율검증제 폐지 등은 법 개정 과정에서 어떻게 바뀔지 예단할 수 없다.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선임 계리사 제도를 시행 3년 만에 폐지하고 독립계리사와 보험개발원으로 이원화하는 것은 보험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법안 마련 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민영건강보험법 제정도 업계의 핫 이슈다.

최근 대통령 산하 의료제도개선전문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만 보험사의 민영의료보험이 맡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영건강보험법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이 경우 손보사들이 팔 수 있는 보험상품이 크게 줄어든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자동차보험에서 만성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건강보험법 제정으로 연간 약 8조원 규모의 민영의료보험 시장이 줄어들면 손보업계는 공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손해보험업계는 현재 외환 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민영의료보험 시장을 정부에 빼앗긴다면 손보사들은 설 자리가 없는 형국"이라고 털어놓았다.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손보사 CEO들의 골칫거리다.

올 4~7월 중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77.9%로 전년 동기(71.9%) 대비 6.0%포인트 급등했다.

이에 따라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 적자해소 등을 위한 방안으로 오늘 13일 차량모델별 보험료 차등화 및 할인할증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경영 악화를 보험료 인상으로 만회하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보험제도와 관련한 정부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보험업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자동차보험 적자 해소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보험사기 방지책은 보건복지부가 반대하고 있어 답보상태다.

금감위는 건강보험공단이 갖고 있는 진료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업법 개편 방안에 보험사기와 관련된 유관기관 간의 협조체제 구축이 의무조항으로 포함되긴 했지만 법안 마련 과정에서 어떻게 바뀔지 미지수다.

손보사 한 사장은 "현재 법·제도·규정 개편과 관련된 이슈만 10개가 넘을 정도"라며 "금융당국과 업계가 조속히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상장기준안이 어떻게 나올지 노심초사하고 있다.한 생보사 관계자는 "상장차익(계약자 배당)의 평가방법 및 처리 여부가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상장 여부를 전면 재검토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