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중대형 당첨 전업주부에 증여세 논란 3題

"결혼하기 전 남편과 나는 각각의 청약통장이 있었다.

여자는 결혼해서 아이 키우려고 전업주부로 생활하다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는데 증여세를 내라고? 그럼 여자의 인생은 뭔가?"

(ID aesoon72)

"부부를 남남으로 따져 증여세 매기면서 왜 부부가 동시에 당첨되면 한 채를 포기시키나."(ID 꽃돼지님)

"부부간 증여세 면제한도가 3억원이라고.

주부가 평생 아이 기르면서 살림하고 남편 뒷바라지한 가치가 겨우 그거냐."(ID 아따아따님)

전업 주부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판교 중·대형 아파트 청약에서 특별한 소득이 없는 전업 주부가 당첨돼 남편 등이 분양대금을 대신 낸다면 증여세를 물리겠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11일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엔 판교 아파트 당첨자의 자금출처를 조사해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정부를 성토하는 주부들의 글이 빗발쳤다.

특히 이들은 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땐 세대원의 주택을 합산해 과세하면서도 주택 구입자금에 대해서는 부부 등 세대원을 분리해 증여세를 물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판교 당첨자 증여세 부과를 둘러싼 3대 논란거리를 정리한다.

○종부세는 합산,증여세는 분리?

부동산 세금에 따라 어떤 것은 부부를 하나의 과세 단위로 봐 합산과세하고,어떤 것은 분리해 과세한다는 건 모순이란 지적이 많다.

예컨대 올해부터 기준시가 6억원 이상의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부부는 물론 세대원 전원의 소유 주택을 모두 합쳐 과세한다.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주택은 가족 단위로 소유하는 것'이란 논리로 정부는 밀어붙였다.

그러던 정부가 아파트 청약에선 당첨자 한 사람만을 소유자로 인정해 단독 등기토록 하고 있다.

분양대금도 당첨자 스스로 조달토록 하고,가족 중 다른 사람이 돈을 대면 증여세를 물린다.

이는 종부세 부과 때 내세웠던 '주택 가족 공동 소유론'과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사는 "세대별 합산과세라는 종부세 원칙을 따른다면 부부의 주택 취득자금에 대해선 증여세를 매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돈 없으면 청약도 말라?

판교 아파트 당첨자가 자기 돈으로 분양대금을 내지 못하면 증여세를 물린다는 건 엄밀히 말해 돈 없는 사람은 청약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왜냐하면 전업주부처럼 사실상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은 증여세를 낼 돈마저도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하고,경우에 따라선 그에 대한 증여세를 또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산·서민층에 내집 마련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다는 주택청약제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연간 생활비는 최대 3000만원?

부부간 증여세 면제한도가 3억원에 불과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배우자의 증여세 공제한도를 10년간 최대 3억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원래 이 한도는 2002년까지는 5억원이었다.

그러나 2002년 8월 종합금융소득세를 부부합산 과세하는 건 위헌이란 판결이 나온 이후 공제한도가 3억원으로 줄었다.

금융소득의 개인별 과세에 따라 부부간 증여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정부가 이를 줄인 것이다.

어쨌든 부부간 증여세 면제한도는 소득이 있는 배우자(남편)가 없는 배우자(부인)에게 생활비와 교육비 명목으로 그 정도 돈은 줄 수 있다는 판단을 근거로 한다.

결국 부부간엔 10년간 생활비 등으로 3억원만 주고받으라는 얘기다.

연간으론 3000만원꼴이다.현실적으로 중산층엔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