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노조가 사라진다‥朴英淑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朴英淑 <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harmsen@korea.com >

존 하퍼 출판에서 내놓은 '세계의 노조(World of Trade Union)'는 지구촌 각국의 노조를 다루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단연 한국과 남아공이다. 두 나라는 현재 지구촌에서 노조 활동이 가장 왕성한 나라로 설명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이런 노조 활동에 종말이 온다고 한다.

노조가 소멸할 것으로 보는 까닭은 우선 노조 가입 조합원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는 경제구조 기반이 변화한 결과인데,백인 남자 위주의 기술 노동력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저렴한 노동력의 비정규직 여성,이민자,유색 인종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뜻한다.이때 제조업 노동자들은 노조 활동 경험이 있지만 서비스산업 종사자는 노조 가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조직력의 위기다. 노조 운영의 기술이나 노력이 부족하며,새로운 서비스업 분야 종사자를 다루는 방법이 미숙하다. 주식회사일 경우 주총 때 노조 가입이나 노조 관련 실적이 저조하면 사업주가 노조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전략도 시도 중이다. 앤드루 멕켄지 서비스업 노조 국제연맹은 가사도우미들의 노조 가입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들은 동종 업종 종사자 3~4명을 알까 말까 하여 어렵다. 미래에는 가사도우미,도매상,임시고용직 등의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므로 많은 노조가 이들의 노조 가입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문제다.

셋째,노조 부활을 위한 비전이 부족한 것도 한계다.조직의 활성화와 효율성 문제는 도외시하고 지도자는 정치력만 발휘하려 하며 정치적인 행동에 포커스를 두게 된다.

미래의 노조 활동이 소멸될 것이라는 이런 근거들은 이미 현실화돼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닐까? 호주노동조합이 200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호주에서 창출된 일자리의 90%가 비정규직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의 노조 가입 비율이 1980년엔 23%였지만 95년에 16%로 감소했고 지난해엔 12%로 떨어졌으며,2008년엔 10%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노조 가입 인구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노동법상 노조의 대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현재 지구촌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인구는 10억명이며,유럽 기업의 90%가 직원 수 10명 이하다.

미래 제조업은 아프리카로 가고 선진국에서는 1인 전문직 자영업자가 70% 이상인데,전문직은 노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더구나 미래 제조업은 자동화ㆍ기계화로 인간을 필요치 않는다.

로봇이 제조업의 중심에서 어렵고 위험한 노동현장을 대신한다.이런 것들은 세계적,역사적 흐름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노조도 미래의 역할에 대해 서둘러 재정립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