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고수들의 '골프이야기'] 큰 딸 결혼식 전날 홀인원 '행운'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지하아케이드에서 '예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제한봉 원장(68)은 4언더파 68타까지 기록한 '싱글 골퍼'다.

1974년 친구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한 그는 3개월간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은 뒤 골프를 권했던 친구와 함께 첫 라운드를 했다."도대체 볼이 뜨지를 않는 거예요.

드라이버는 50야드밖에 안 나가고 모든 샷은 토핑이었어요.

라운드를 마치자 친구가 '너에겐 골프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그후 그 친구와 몇 차례 라운드를 더 했고 제 원장이 친 볼은 변함없이 땅으로만 굴러다녔다.친구는 계속 '골프지진아'라고 놀려댔다.

은근히 화가 난 제 원장은 1년 뒤 각자의 클럽을 걸고 다시 붙자고 약속한 뒤 헤어졌다.

제 원장은 그때부터 오전,점심,저녁 등 틈만 나면 연습장을 찾아 '칼'을 갈았다.그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70타대 싱글에 진입했다.

약속한 대로 1년 뒤 친구와 맞붙었다.

보기플레이어 수준의 친구 실력은 제자리였다.제 원장은 10타 이상 차이로 이겼고 친구의 클럽을 차지하며 멋지게 설욕했다.

제 원장은 라운드 전 반드시 연습을 하라고 권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오랜만에 라운드를 하니까 1시간 전에 도착해서 몸을 풀어줘야 합니다.

한 라운드를 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라운드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요."

그는 이어 골프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이나 하체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스윙을 찾기보다는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 원장은 '싱글'의 비법으로 '연상법'을 자주 활용한다.

"기억에 남는 골프장의 특정 홀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멋지게 티샷을 날리거나 어프로치샷 하는 것을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골프는 생각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좋은 기억,긍정적인 사고를 계속 해주는 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제 원장이 스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일정한 원을 그리는 것'이다.

"백스윙을 했다가 다시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일관돼야 좋은 스윙이 나옵니다.

특히 원을 확실하게 그려야 합니다.

피니시를 제대로 해주는 것이지요."

퍼팅과 관련해서 그는 거리가 멀든 가깝든 반드시 '원퍼팅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밝혔다.

볼을 홀에 붙이겠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할 수는 있지만 집중력을 높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큰딸의 결혼식 전날 생애 첫 홀인원을 해봤다는 제 원장은 "'에이지 슈트'(자신의 나이 이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를 반드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