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2차 원자재 쇼크' 오나 … 원유 등 가격하락에 철강ㆍ금속ㆍ정유株 동반하락

유가 금 아연 설탕 등 국제 원자재 및 상품 가격이 급락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에서 지난 5월 초의 원자재 쇼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월 초 사상 최고가 행진을 달리던 코스피지수는 원자재 가격 급락 충격으로 단기간에 20%가량 급전직하한 적이 있다.

12일 증시에서는 철강·금속 화학 정유 등 소재 업종 관련주들이 최근 며칠간의 원자재 가격 하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동반 하락했다. 포스코가 1.69% 떨어지는 등 철강주가 대부분 하락했고,고려아연은 9.94% 급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 등 후폭풍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원자재 관련국인 인도 증시는 전날 3%대의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이날도 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증시 악영향은 일정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리서치헤드는 "국제 상품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한국 증시로 들어오는 자금과 출처가 같다는 점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약세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당분간 배당주나 가치주 등을 중심으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도 "미국 경기 둔화 움직임에 따라 원자재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상품 관련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만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이 추세인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를 바탕으로 볼 때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로 번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신흥시장 성장세와 유럽과 일본의 경제 회복을 감안하면 계절적 성수기가 끝나가는 데 따른 일시적인 가격조정"이라고 분석했다.한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해외 펀드 투자자들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도 중국 등 친디아 지역 펀드 가입자들의 경우 지난 5월 원자재 급락 충격 당시 입었던 마이너스 수익률을 최근 대부분 만회했는데,다시 고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

박승훈 한국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국제 원자재 시장의 경우 수요 초과가 구조적인 만큼 신흥시장은 단기 조정을 받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개인 위험자산의 20% 범위 내에서 해외펀드의 경우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제 지난 5월 원자재 쇼크 당시에도 인도 등 친디아 펀드 자금 환매는 소규모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정종태·박해영 기자 jtchung@hankyung.com